평소 클래식음악 듣는 걸 좋아하기는 하지만 연주회 관람하러 갈 엄두는 잘 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비용도 부담되기는 하지만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되어서이다. 그래서 평소 집에서 cd로 많이 듣는 편이다. 내가 클래식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시절 우연히 지인과 함께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관람하고 나서다. 그 때 연주되었던 곡 중 내게 감명을 주었던 곡은 쇼스타코비치의 5번 교향곡이었는데 그 날 너무 감명을 받아서 관람을 마치고 바로 음반가게에 들러서 쇼스타코비치의 5번 교향곡이 녹음되어 있는 카세트테이프를 샀다. 그런데 현장에서 들었던 음악의 느낌과 사뭇 다르다는 걸 느끼면서 지휘자의 역량에 따라서 같은 곡인데도 이렇게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그 때 깨달았다.

 

이 책 '오케스트라처럼 경영하라'는 <놀라온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이자 음악감독인 서희태지휘자가 쓴 책이다. 책의 구성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악장_오케스트라에서 조직을 읽다

2악장_소통과 화합 오케스트라 하모니의 비밀

3악장_성장하는 조직 성장하는 구성원

4악장_세계와 대화하는 오케스트라

 

1악장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 중에서 나의 시선을 끈 것은 '변화에 적응한 오케스트라, 변화에 적응한 기업'이었다. 시대에 따라 또는 무엇을 연주하느냐에 따라 오케스트라의 배치와 구성이 달라지듯, 기업경영에도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기업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2악장의 내용 중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오케스트라는 사운딩 투게더'이다. 오케스트라를 일컬어 '사운딩 투게더(sounding together)'라고 하는데 이는 함께 소리를 낸다는 뜻이다. 자기파트만 완벽하게 연주한다고 해서 좋은 오케스트라가 될 수는 없다. 전체가 모두 함께 화합하고 협력해야만 비로소 진정한 오케스트라의 하모니가 완성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실력과 개성을 갖춘 다양한 인재들이 함께 모여 서로가 내는 소리가 잘 들리도록 화합하고 협력하며 조화를 이룰 때 그 기업의 미래는 밝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3악장의 내용 중에서 내 눈길을 끈 것은 '모두가 주연인 오케스트라'였다. 창의성이 발현되는 메커니즘을 조직 내부에 널리 확산할 수 있다면 천재 한 명의 성과보다 더 우수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오케스트라가 바로 그런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단 한 명의 '프리마 돈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단원 모두가 주연이 되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것이 바로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이다. 기업 역시  단 한 명의 스타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성원 모두가 주연이 되어 더 멋진 성과를 이루어 낸다면, 그것이 곧 미래를 이끌어 나갈 아름다운 기업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4악장의 내용 중에서는 '음악은 언제나 레드오션'이 내 눈길을 사로 잡았다. 매일매일 새로운 음악이 쏟아져 나오는 데 어떤 음악은 잠깐의 유행처럼 스쳐 지나갈 것이고, 또 어떤 음악은 클래식처럼 오랜 시간을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음악은 작곡되고 있다. 그래서 음악은 언제나 레드오션이다. 세계와 함께 공유하고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고심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에 더하여 우리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한 번 돌아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어쩌면 그 속에는 그토록 고심했던 문제의 답이 이미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진 것 같다. 클래식 초심자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중간중간에 다양한 '클래식 팁'을 수록하고 있는 것은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박수는 언제 치나요?', '문학과 음악의 만남', '작품으로 소통한 하이든' 등 다양한 클래식 팁을 읽으면서 클래식과 더 친근해질 수 있도록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록으로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악기 이야기'도 수록하고 있는데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방식을 기업 경영에 접목했다는 점이 이 책으로 하여금 일반 경영도서와는 색다른 느낌을 주게 한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평소 클래식에 관심은 있었지만 깊이 있는 이해를 하지는 못하고 있었던 나의 클래식 이해도가 앞으로는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한다. 앞으로 클래식 음악도 많이 듣고 실제 연주회장에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1년에 몇 번은 가도록 노력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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