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 와이프를 찾는다고? 일 잘하던 아내(와이프)가 주부로서의 파업을 선언하고 집을 떠났나?" 내가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먼저 떠오른 것이 이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건 나의 잘못된 생각이었다. 아니, 오히려 편견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의 "와이프"라는 존재는 내가 기존에 생각했던 와이프와는 정 반대였으니까.

주인공 알렉스. 이 사람은 여자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여자가 와이프를 구한다. 여기서 말하는 와이프는 아내를 구한다는게 아니라 집안일을 해주는 사람이라고 풀이해야 이 책을 읽어가는데 오해가 없을 것이다. 알렉스는 자기가 집안일 할 상황은 못되고 집안일을 해줄 사람은 있어야 해서 한참을 고민하는데 친구인 새프런이 "와이프"가 있어야 겠다는 충고에 따라 와이프를 고용한다. 나는 이런 기막힌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우리엄마를 생각해보았다. 집안일은 혼자 다 하신다. 아침에 나를 깨우는것부터 시작해서 아빠 아침식사 그리고 나의 아침식사. 식구들이 밖으로 나가면 그때서야 남은 음식들을  먹기싫어도 버리기 아까우니 대한민국 아줌마의 파워로 다 먹어치우신다. 그리고는 잠깐 TV 앞에 앉아서 (특히 아침시간대의 TV 방송국들은 아줌마들을 TV앞에 앉히기 위해 피말리는 경쟁을 한다.) 아침 드라마를 즐겨보신다. 그리고는 부랴부랴 청소를 하고 그러면 시간은 어느새 껑충 뛰어서 오후 시간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럼 엄마는 그때서야 늦은 출근을 하신다. 집에 돌아오면 또 저녁준비. 가만히 엄마의 똑같은 하루 일상을 생각해보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충격이었다. 엄마는 자신의 이런 똑같은 일상들을 매일 반복하고 있는데 느낌이 어떨까 라는 생각을 다 늦은 나이에서야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여자라서 그런지 <와이프를 찾습니다>라는 책에 동감이 많이 갔다. 왠지 어느 정도 많이 개선이 되었지만 아직도 답답하고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는 이 이야기가 파격적일 수도 있다. 그리고 생각이 꽉 막힌 사람들은(그렇다고 이런 사람들을 비하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용납못할 수 있다. 마치 자기만의 세계에 갖혀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욕심많은 것들을(예를들면 마음껏 부려먹을 수 있는) 빼앗기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알렉스가 정말 엉뚱해보였다. 신문광고에 "가사 도우미를 구합니다." 라는 말을 붙혀서 낼것이지 왜 하필 "와이프를 구합니다."라고 냈을까 라는 의문도 들었다. 처음에는 우습기도 하였다. 하지만 처음에는 장난스러운 시선으로 쳐다봤지만 나중에는 진지한 생각까지 하였다. "왜 알렉스는 그런 엉뚱한(?)말로 구인광고를 냈을까..." 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게 되었다. 이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알렉스는 가사 도우미=와이프 라고 보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알렉스는 사회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을 한 것이다. 와이프라는 사람은 국어사전에서도 이렇게 나온다. [와이프 : 아내. 처.] 영한사전에서도 이렇게 나온다. [wife : 1.아내, 처, 마누라, 부인 2.(여자)약혼자, 특별한 걸프렌드 3.(고어.방언) 여자.] 하지만 알렉스는 국어사전이나 영한사전에 나오는것처럼 와이프를 그런 뜻으로 풀이 하지않았다. 대신 지금 사회가 와이프를 쳐다보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사회의 시선은 와이프는 겉으로는 남편의 아내로 보고있지만 그 내면은 완전 집안 가정부로 보는 것이다. 아내는 집에서 밥을 해야하고, 청소를 해야하고 아이들을 돌보아야 한다. 사회는 그런 시선으로 와이프를 결론지어버린다. 알렉스는 그런 사회를 보고 냉정하게 비판하고 신랄하게 조롱하는 것이 아닐까? 이 이야기에 비해 내가 말하는 것이 다소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지만 한번쯤 이런 주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이 웃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는 아주 재미있고 맛깔나게 잘 펼쳐나갔다. 자칫 잘못하면 영원히 와이프가 와이프로 끝나는 인생을 알렉스라는 아주 엉뚱한 여자로 인해서 잘 살려놓은것 같다. 그리고 우리엄마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우리엄마에게 지금 필요한건 뭐? "와이프를 찾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