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혼자라면 소용이 없다. 서로 합쳐서 협동을 해야만 서로가 서로를 빛내줄 수 있는 배터리.

나는 처음에 배터리 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충전지 인줄 알았다. 사람들이 배터리, 배터리 라고 하니 그렇게 내 마음대로 상상을 했다. 하지만 읽어보지 배터리라는 것은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를 일컫는 말로 투수나 포수가 빠지면 배터리 라는 말을 쓸 수 없을정도로 이 둘 사이는 막역하고 끈적끈적한 사이이다.

야구에서의 실력은 뛰어나지만 남들과 어울리거나 협동을 한다는 것에서는 익숙지 않는 하라다 다쿠미. 나는 이 녀석을 보고 과연 이것이 뛰어난 실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갔다. 역시, 나의 의구심은 적중 했다. 나는 야구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규칙도 모를 뿐더러 위치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은 안다. 혼자 만의 실력으로서 야구 시합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 이 있어야 된다는 것을. 즉,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사실 ! 하지만 하라다 다쿠미는 이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자기 실력이 뛰어나다고 믿었고, 오직 자기 실력만 있으면 된다고 믿었을 뿐....

이런 하라다 다쿠미를 보면서 요즘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생각났다. 일부 안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조금은 욕심이 지나쳐 혼자만의 이익에 빠져 친구는 필요없다 라는 생각과 함께 개인주의, 심하면 이기주의에 허덕거리면서 자기 자신들을 옭아매는 사람들. 경쟁의 시대라서 다른 사람들을 '밟고' 지나가야 한다고 심한 강박증에 빠진 사람들. 직접 그 자리에 있거나 이런 심각한 상황들을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결국 이들은 힘든일이 있을때이면 '우정' 을 떠올리고 친구들을 찾게 될 것이다.

하라다 다쿠미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자기의 실력이 최상이라는 오만과 자만에 빠져 "친구는 필요없다" 라는 식. 하지만 아버지의 전근으로 전직 야구 감독이셨던 외할아버지 댁에 오고 난 후 친구가 되어 뜻깊은 우정을 쌓을 나가쿠라 고를 만나고 난 후는 달라진다. 물론, 처음부터 친해지지는 않는다. (그러면 너무 재미없지 않는가.) 많은 마찰과 싸움후에 더 친해진다는 말이 있던가.

<배터리> 성장소설을 보면서 참 많은것을 깨달았다. 비록 배터리라는 말은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를 일컫는 말이지만 다른데에서도 배터리를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았다. 아직 세상의 쓴맛과 단맛을 다 겪어보지는 못한 나이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둘이서 아니 그 이상도 괜찮다. 어쨌든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 수두룩 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저 혼자하면 되지, 혼자하면 더 잘 할 수 있고 내 실력을 더 뽐낼 수도 있을 거야 라는 망각에 빠지고 만다. 나 또한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하겠고 구별도 잘 못하겠다. 다만 마음을 열고 협동하는 자세를 더 기를 뿐...

참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성장소설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고 이들의 뜻깊은 우정도 정말 보기 좋았다. 헤르만 헤세는 사랑이나 지성보다 더 귀하고 나를 행복하게 해 준 것이 '우정' 이라고 했다. 오늘날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친구까지 버릴 수 있는 삭막한 세상에서 참된 우정을 찾아보기 힘든 세상에서 <배터리>가 무엇인지 알려 주었다. 촉촉한 단비를 만난 느낌이다. 기분 좋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