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에 BMW와 벤츠가 있다면 다큐멘터리에는 BBC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BBC라는 이름만으로 다큐의 품질을 믿을 수 있을 정도니까. 그런 BBC 다큐멘터리의 PD가 적은 글이라 별 고민 없이 책을 샀고 결론은 역시나였다.

이 책에서는 동서양과 아프리카를 넘나드는 4개의 신화를 추적하고 있다. 지상낙원이라는 동양의 샹그리라, 황금양털의 전설로 유명한 아르고호 원정대, 성서와 코란에 언급되어 있는 시바의 여왕, 마지막으로 아마 그 모든 전설을 합친 것보다 영화와 책에서 더 많이 다루고 있는 아더 왕 이야기까지.
하나 같이 흥미로운 소재들이다. 그리고 단지 재미만을 위해 소재를 선택한 건 아니다. 작가는 대륙별 안배에도 무척 신경을 썼다. 그가 선택한 신화들은 중동과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모든 고대문명을 아우르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가 사는 극동지역의 신화는 없다는 것이다.

작가는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해당 신화의 기원을 찾아 실제로 여행을 떠난다. 신화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떠나 여행기라는 면 하나만으로도 꽤 괜찮은 책이다. 전세계를 아우르는 흥미로운 풍속들과 사진집으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멋진 풍경사진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볼거리에만 주력한 책은 절대로 아니다. 이 책은 신화들의 기원을 더듬으며 그런 신화가 탄생할 수 있었던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깊은 고찰을 담고 있다. 놀랍게도 재미와 지식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것이다. 

이 책과는 크게 상관없지만 우리나라에도 역사관련 다큐멘터리를 다루는 전문 PD들이 많이 나와서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극동지역의 신화들을 깊이 있게 다뤄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