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의 서재는 늘 호기심의 대상이다. 그래서 이 책 <이건희의 서재>는 제목부터 무척 유혹적이었다. 한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 그 매개가 책이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했다.

  당연히 이건희 회장을 만나 인터뷰를 통해 많은 정보를 알아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저자는 그를 만난적 없이 오직 "연구"를 통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당사자를 한번도 만나지 않고, 그의 서재에 한번도 들어가보지도 않고, 어떻게 <이건희의 서재> 라는 이런 과감한 제목의 책을 쓸 생각을 했을까? 저자 안상헌님의 용기에 일단 놀란다. 정말 권두나 권말에 하나쯤 들어있을 거라 생각했던 이건희 회장과의 인터뷰조차 한줄 없다. 세계일류 기업으로 나아가는 삼성의 회장, 이건희의 삶에 영향을 미친 책 25권! 그렇다면 저자는 그 책을 어떻게 알 수 있었단 말인가? 마치 미스테리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책을 펼친다.

  난 삼성의 제품을 많이 선호하는 편이다. 노트북, 핸드폰은 꼭 삼성제품을 고집한다. 그 이유는 고장났을 때 서비스가 좋기 때문이다. 제품이 고장나 불편한 심기로 찾게 되는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하지만 그곳을 나올때는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때론 기분좋게 나오기도 한다. 손님을 대하는 삼성직원들의 태도는 남다른데가 있다. 한두명의 친절한 사원이야 개개인의 인성이겠거니 하는데, 사원 전체가 그러하다면 이것은 필히 그 회사의 사풍임이 분명하다.  삼성에서 A/S를 받고 나면 만족도를 물어보는 조사가 뒤따른다. 만약 고객이 "만족했다"고 답하면, 그 담당 직원은 문책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매우만족," "감동할 만큼의 만족" 이기 때문이다. 삼성이라는 회사가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는 것이 "고객 감동"이라면 고객의 입장에서는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한 회사 분위기를 만든 사람이 누구일까? 바로 이건희다. 이건희의 삶을 들여다보면 철저히 고독속에 지낸 삶이었는데,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혼자된 시간의 매력이다. 그것은 지금의 이건희를 있게 한 가장 큰 힘이었다고 역설한다. 혼자됨이라는 건, 세상으로부터의 피난처가 아닌 성장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요, 그 고독 속에서 해야 할 것은 결국 "독서"라는 얘기를 저자는 은연중에 흘리고 있지만, 결국 이 책의 저자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결국 "독서의 힘"인 것이다. 그런 고독 속에서 독서를 하며 성공한 대표적 인물이 이건희다. 저자는 "이건희의 성공스토리"를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독서의 힘"을 얘기하고 싶었던걸까? 책을 읽어갈수록 서서히 답이 밝혀진다.  저자가 정말 전하고 싶어하는 메시지는 바로 "독서의 힘" 인 것이다. 그러자니 독서를 통해 성공한 사람의 사례가 필요했고, 그 사례자로 이건희만큼 영향력 있는 인물이 없다. "독서를 해서 이건희처럼 성공할 수 있다면..." 이라는 상상은 참으로 유혹적이다. 그렇다면 저자에겐 이건희를 꼭 만나야 할 필요도, 이건희의 인터뷰 내용이 책속에 들어갈 필요도, 이 책을 본 이건희의 평도, 모두 필요없었을 것이다. 이건희는 결국 독서의 힘을 말하기 위해 예를 들고싶었단 사례자에 불과할테니까...  

  비록 "이건희는 이런 사람이라더라~" 하는 것이 핵심은 아닐지언정, 이건희를 통해 독서의 힘을 전달하고자 했던 기획은 굉장히 성공적이라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25권의 책은 이건희라는 인물의 삶에 그대로 투영되어 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25권의 책은 이건희가 "내 인생의 25권의 책!"이라고 추려서주고, 각각의 책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친절히 설명해준 건 더더욱 아닐 것이다. 이건희와 관련된 책들과 신문기사들을 저자는 부지런히 모았을 것이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이건희 연구"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렇게 이건희의 삶을 설명할 수 있는 25개의 테마를 선정해내고, 그것에 딱맞는 25권의 책을 추려낼 수 있다는 것은 저자 안상헌님이 갖고 있는 내공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 비결을 물어보면, 그 또한 대답할 것이다. 그것은 순전히 '독서의 힘' 이었다고...

 한 분야의 정상에 이른 사람을 통해 우리 시대에 필요한 자기 경영의 길을 모색하는 재미는 책 읽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제다. 이 책은 삶의 비결을 찾아내고 해법을 알아보는 책으로써 충분히 가치있다. 어느 순간 이건희의 생각과 방식을 벤치마킹할 준비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으니까...여러분도 이렇게 되어보라고, 그러려면 이러한 책들을 많이 읽어보라고 독려하는 저자의 조언도 생생히 들린다. 이제 이건희를 한번도 만나지 않고도 이건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책을 25권이나 뽑아낼 줄아는 <안상헌의 서재>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