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

외국 작가의 이름이 물 흐르듯 입에 붙는 건 다행스런 일이다. 특히 이처럼 긴 이름일때는 더더욱.

'베르나르 베르베르' 여덟자나 되는 이름이 한국 독자에게 쉽게 다가오기까지는 그의 작품이 중추적인 역할을 했겠지만, 그의 이름도 영점 이할 쯤 기여를 했지 않나 싶다. 한 번 듣고 두 번째 부터 들을 땐, 벌써 베르베르~~ 입에서 비읍과 리을이 굴러다니면서 머리까지 흘러 들어가 안착하기 좋은 이름이다. 나만 그런가?

 

[개미]로 인해 처음  작가를 알았을 때, 나는 이 작가가 정말로 개미인간인 줄 알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렇게 디테일하고도 미로같은 개미굴을 속속들이 알고 개미의 특성과 비밀들을 깨알처럼 적어 낼 수 있을까? 싶어서.

이후, 그의 책이 나오는 족족, 한국에서만큼은 베스트 셀러 판매대에서 내려오질 않는다는 얘길 심심찮게 들었고 그러니 한국독자를 사랑하지 않을수 없어 한국에도 몇 번 왔던 걸로 기억된다.

맑게 빛나는 형형한 눈빛과 조합이라도 맞춘 듯 질세라 함께 빛나는 대머리 아저씨, 베르베르!

대머리 아저씨들에게 느끼는 이유없는 편견을 상쇄시키고 남을  잘생긴 외모는 덤!!

 

그의 인터뷰를 읽은 적 있는데, 14살 때 부터 생각과 경험을 적기 시작했는데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처음 글을 썼노라 했다. 지루함이 두려웠다고!

(그가 어렸을 때 스마트폰이 없길 얼마나 다행인지. 요새 아이들은 도대체 지루할 틈이 없다. 지루할 틈이 없는 이 아이들은 장차 무엇이 될지...그게 궁금해 죽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

그가 과학잡지 기자를 한 적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은 것 같은데 과학적 상상력이 가미된 기발한 내용들은 이런 이력 덕분에 더욱 탄력을 받은 건 아닌가 싶다.

 

[상상력 사전]은 상상력만 담은 사전은 아니다.

잡학다식이 뭔지를 보여주는 결정체다.

시쳇말로 오만떼만 이야기가 다 있다.

일정한 분야가 있는것도 아니고 가나다순으로 정리된 것도 아니다.

혼자 생각을 정리해 놓은 것인가 싶다가도 과학적인 토대를 비롯한 얘기도 있고, 문학얘기를 하다가 인류학적 이야기가 나오고 유머와 격언, 속담과 사자성어, 전설과 신화, 동화와 민담까지 경계도 없고 깊이를 잴 수도 없는 이야기들이 수두룩하다.

한 개인이 이런 많은 분야에 대해 궁금해하고 그걸  정리하고 수집해 집대성(?)했다고 생각하니, 베르베르 이사람 보통 사람이 아니다. 

 

 

무림의 강호들이 탐내는 비책만을 엄선해 담은 책이 있다면 이 책이 아닌가 싶다.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있고 소설의 모티브가 될 만한 신비한 이야기가 있으며 유머가 있고 새로운 사실이 있다.

[더 깊고 풍부해진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라는 말은 표지에 적힌 말인데...한 줄로 줄이기에 딱 맞는 말은 아니지만 틀린말도 아니다.

물론, 사전이라는 책이 한 번 보고 치우는 책이 아닌만큼, 두고두고 볼 거리들이 많다.

재미까지 있어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대목도 심각해 질 만하면 나와 지루하지 않는 것도 고마운 부분이다.

지루한 걸 두려워한다더니...독자들에게도 지루함을 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순서를 정했는지도 모를일이다.

 

베르베르의 책을 다 읽어보진 못했다.

다 읽어봤더라면 이 부분에서 힌트를 얻어 그 책을 썼구나...유추하는 재미가 있었을 텐데. 지금도 늦진않았지만.

 

사전을 꼭 사서 소장해 두라고 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사전을 빌려 보며 공부해서 1등 했어요."하는 우등생은 보지못했다.

그냥 소장해서 수시로 들쳐보며 공부하는 우등생이 되든 사전까지 사서 공부해야 돼? 하든 선택은 독자의 몫!

일단 나는 소장!!

왜이리 든든하지? 음화화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