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rtero De Neruda  

Antonio Skarmeta 

발표년도 : 1985년

 

"여명이 밝아올 때 불타는 인내로 무장하고 찬란한 도시로 입성하리라."

이 말은 프랑스의 시인 랭보가 한 말로,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노벨상 수상 연설 때 인용했었다.

파블로 네루다는 칠레의 국민시인이자 197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다.

이 책의 처음 제목은 이 연설에서 유래된 [불타는 인내]였다.

그러다가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로] 바뀌었다는데

두 번째 제목이 더 잘 어울린다.

 

파블로 네루다가 생전에 살던 이슬라 네그라라는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실존 인물인 파블로 네루다와

상상 속의 인물인 우편배달부 마리오 히메네스와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편의 아름다운 시를 읽은 듯 상쾌한 느낌의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하고 행복한 느낌에 싸여서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그리 길지 않은 책이기도 하기에......

 

일상 생활 속에 녹아있는 자연스러운 시와 시의 형식인 메타포가 이 책의 키워드이다.

 

아버지를 따라 어부일을 하는게 따분하고 재미없던 마리오는

우편배달부를 구한다는 우체국 창에 붙어있는 구인광고를 보고 들어가

곧바로 수신인이 단 한명 뿐인 우슬라 네그라 지역에 배정받게 된다.

그 수신인은 말할 것도 없이 시인 파블로 네루다이다.

나머지 포구인들은 다 까막눈이므로......

 

시인과 친해지고 싶은 마리오는 그의 시집 [일상 송가]를 구매해 읽게되고

'친애하는 마리오'에게 라고 적힌 헌사를 책에 받고 싶었는데

드디어 용기를 내 책을 들이민 날 시인이 써 준 말은 그냥 '파블로 네루다 드림.'

그래서 헌사를 다시 받으려고 두 번째 시집 [신 일상 송가]를 구매한다.

다음은 시인과 마리오와의 재치 넘치는 첫 대화 내용이다.

 

"무슨 일 있나?"
"네?"
"전봇대처럼 서 있잖아"
"창처럼 꽂혀 있다고요?"
"체스의 탑처럼 고즈넉해."
"도자기 고양이보다 더 고요해요?"

"마리오, 내게는 [일상 송가]보다 훨씬 더 괜찮은 책들이 있네.

그리고 온갖 메타포로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건 부당한 일이야."

"뭐라고요?"

"메타포라고!"

"그게 뭐죠?"

"대충 설명하자면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이지."

-p.27

 

날마다 대량의 편지를 건네주며 시인과 대화를 나누려고 애쓰던 마리오는

베아트리스라는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시인에게서 배운 메타포를 사용해 구애를 하여 소녀의 마음을 얻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길길이 뛰며 둘을 떼어놓으려고 한다.

마리오가 발톱의 때 밖에는 가진게 없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시인동무. 당신이 저를 이 소동에 빠뜨렸으니

책임지고 저를 구해주세요.

당신이 제게 시집을 선물했고,

우표를 붙이는 데에만 쓰던 혀를

다른데 사용하는 걸 가르쳤어요.

사랑에 빠진건 당신 때문이에요"

"천만에 ! 시집 두어 권 선물했다고

내 시를 표절하라고 허락해 준 줄 알아?

게다가 자네는 내가 마틸데를 위해 쓴 시를

베아트리스에게 선사했어."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p.85

 

"장모 양반, 유몰론자가 되지 마세요."

"유식한 척하는 양반, 유물론자가 뭐요?"
"장미와 통닭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할 때 항상 통닭을 집는 사람이죠" 
-p.103

 

베아트리스와 마리오는 결혼에 성공하고

대통령 후보에 올랐던 네루다는 아옌데에게 후보자리를 양보하고

아옌데가 당선된 후 파리 대사로 임명되어 떠나게 된다.

그 후로도 마리오와 네루다의 우정은 계속되고

마리오는 네루다의 '친애하는 마리오'가 된다.

 

1973년 쿠데타로 아옌데가 죽음을 당하고 칠레에 군사독재 정치가 시작된다.

즐거운 독서였지만 마지막은 우라나의 군사독재 시절을

떠오르게 하면서 끝이나 씁쓸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동적인 내용이다.

 

파블로 네루다가 살던 집은 현재 박물관이 되었고

마을 자체도 휴양지가 되었다는데 한 번 가보고 싶다.

파블로 네루다의 대표 시집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도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은 스카르메타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2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되었고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일 포스티노]는

외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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