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 형을 선고합니다." - p.43-44

 

사랑을 스쳐지나가게 한 죄는 고독형을 선고받는다는 표현, 스물 네살의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니, 사강이란 작가 천재임에 틀림 없다. 

 

얇고 읽기 쉬운 책이었다. 마치 나 자신이 소나기 같은 사랑에 빠졌다가 나온 것 같은 느낌이다. 그만큼 심리묘사가 잘되어 있어서 몰입하기가 쉬웠다. 가끔 사랑에 빠지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책이 좀 더 긴 내용이었다면 더 오래 사랑에 빠져 있을 수 있었을텐데...아쉽다.

 

서른 아홉의 폴, 그녀와 오래된 연인 사이인 로제, 폴을 사랑하지만 가끔 다른 여자들을 만나면서 자유를 즐기는 로제에게 끝없이 관대한 폴, 하지만 그의 무심함에 지쳐가는 폴 앞에 스물 다섯의 아름다운 청년 시몽이 나타난다. 열정과 순수와 집착으로 표현되는 그의 사랑에 조금씩 빠져드는 폴......, 사랑은 선택일까? 운명일까?

 

로제 같은 이기적인 남자가 뭐가 좋은건지 폴을 이해할 수가 없다. 아, 나의 시몽은 어디에...?

 

책에 나오는 프랑스의 지명이 주는 어감들이 참 예쁘다...클레베, 마티뇽, 불로뉴, 부르고뉴...

프랑스인들은 브람스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브람스의 음악회에 초대하려면 꼭 저렇게 브람스를 좋아하느냐고 물어보아야 한다는데, 왜일까?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참 좋은데...

브람스, 프랑수아즈, 사강, 민음사, 세계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