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를 별로 안 좋아한다. 이쁘게 꾸미거나 커다랗고 멋진 개를 보면 그냥 이뿌다, 멋지다 그걸로 끝이다. 어릴적 개한테 심하게 물린 적도 있고, 결정적으로 식사할 때 개가 시야에 들어오면 이상하게 입맛이 떨어진다. 괜히 찝찝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절판된다고 해서, 그리고 일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 하여 멋지다는 생각에 부리나케 산 책이다. 내 생전에 개에 관한 책을 사보게 될 줄은 몰랐다. 결과는 굿~

 

읽는내내 찔끔찔끔 눈물 흘리며 코풀면서 읽었다. 책도 아담한 편이고 사진도 많아서 편하게 금방 읽었다. 시간이 없어서 앞부분만 살짝 보려고 하다가 침대에 걸터앉은 상태로 다 읽어버렸다.

 

치료견 치로리의 드라마틱한 견생이 요 며칠 독하게 살려고 결심하면서 굳어졌던 마음을 녹여 주었다. 이 세상은 착한걸로는 살 수 없다. 독한 사람만이 성공하고 살아남는다. 그동안 너무 착하게 살려고 애썼다. 돌아오는게 뭐가 있더냐? 뭐 대충 그런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는 중이었다. 난 앞으로 계속 독하게 살려고 노력할거지만 이 책은 100M 달리기를 끝내고 맞는 시원한 바람 같은 느낌을 주었다.

 

다섯마리의 새끼 강아지와 함께 버려진 유기견인 치로리는 짝귀에 아마도 학대로 인해 뒷다리에도 약간의 장애가 있다. 우연히 치료견 훈련사인 저자 오키 토오루를 만나 안락사를 당하기 직전에 구해지고 치료견으로 거듭나게 된다.

 

117쪽에 말도 할 수 없게 되고 팔다리가 마비되었다가, 치로리를 만만 후 말도 하고 손도 움직이게 된 헤이코 할머니와 함께 찍은 치로리의 사진이 나온다. 헤이코 할머니를 바라보는 치로리의 표정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제가 할머니 마음 다 알아요, 할머니의 아픔도 슬픔도 다 알아요. 다 이해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옆에 있어 드릴께요. 제가 힘이 되어 드릴께요.' 막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너무나 자상하고 진지하고 따뜻한 치로리의 눈빛이 꼭 사람처럼 느껴진다.

 

치로리의 인내심과 투지가 감동적으로 잘 그려져 있는 따뜻한 책이다. 누구나 한 번 쯤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치로리, 고마워, 오키토오루, 치료견, 책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