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5살 3살 두 딸의 아빠다. 아빠가 되고 나가 가장 절실하게 느낀 점은 새삼스럽지만 역시 나는 결함이 많은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었다. 평소 마음 가짐과 머릿속으로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아이들에게 최선의 양육을 제공해 주어야지 하면서도 막상 양육의 거의 매 순간순간 마다 좌절과 번뇌를 겪고 만다. 절대 욱해서 화내지 말고 언제나 좋은 말로 타이르고 계속해서 관심을 쏟고 놀아주고 아이들 발달에 민감하게 신경 써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지만 아이들은 반대로 언제나 부모의 인내심과 참을성의 한계점이 어디인지 테스트 하려고 한다. 육아는 엄마아빠가 자기 밑바닥을 보게 되는 현장이며 아이들은 그런 엄마 아빠를 천국과 지옥으로 들어나 놨다 하는 존재들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자기가 내면 속에 그려놓은 이런 비현실적인 완벽한 엄마 아빠상 이라는 게 아마도 사회적으로 형성된 일정의 사회 문화적 압력, 즉 사회압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자녀의 출세와 성공을 부모 인생의 성공 여부로 간주해 왔으며 그래서 자녀에게 최고의 교육을 받게 해서 좋은 학벌과 궁극적으로는 좋은 일자리를 얻게 하는 것은 부모가 마땅히 해야 할 최고의 미덕으로 간주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문화적 인식 속에 최근 들어서는 부모로써 마땅히 해야 할 덕목과 원칙과 도리에 대한 온갖 시시콜콜하고 디테일 한 내용들이 TV와 인터넷 등을 통해 범람하여 안 그래도 매일매일 아이들과 전쟁을 치루느라 지치고 녹초가 된 부모들의 어깨와 마음을 점점 더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물론 나 또한 거기서 예외는 아니다. 가끔 페이스 북에 올리는 즐겁고 행복하게 노는 아이들 사진 뒤에 지치고 피곤하고 아이들에 올인 하느라 자기 시간도 갖기 힘든 엄마 아빠의 녹초가 된 모습들이 가려져 있다.

그래서 가끔이라도 좀 쉬고 싶거나 자기 시간을 갖기 위해 아이들에게 TV를 보여주거나 혹은 외식하러 식당 가서 마구 뛰어 노는 아이들을 얌전하게 만들기 위해 스마트폰을 보여 줄 때 조차도 사실 마음 한 구석 피어 오르는 모종의 찜찜함과 죄책감 때문에 심지어 잠깐의 휴식과 외식도 맘 편히 즐기지 못하는 게 나 포함 해서 현재 대부분의 대한민국 부모들의 현실일 것이다. 그래서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TV나 스마트 폰을 가끔씩이라도 보여주는 게 불완전한 부모로써 불가피한 현실적 타협이라면 차라리 먼가 아이들에게 적당한 시간과 적당한 횟수라는 객관적으로 검증된 기준이라도 있다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었고 또한 이러한 생각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뒤져봐도 관련 프로그램을 찾아봐도 여러 상반되는 주장들이 혼란스럽게 널려 있어 도대체 어떤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감이 안 서니 번뇌만 깊어질 뿐이다.

한편에서는 그 해당 사회 속에 속한 개인으로써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압과 문화적 영향에서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만들어진 이상적 부모상의 무게에 짓눌려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여러 상충되는 육아 정보들 사이에서의 혼란을 느끼고 있을 테니 이런 와중에 양육의 주체인 엄마 아빠들이 본질적으로 아이들을 키우며 얼마나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한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엄마 아빠들이 양육에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그 노력과 무관하게 아이들이 과연 온전한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그러니 방송국의 각종 육아와 교육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 온통 괴로움과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이야기들로 점철되어 있다. 더욱 안타까운 건 그 부모들이 아이들의 온전한 성장과 행복을 위해 모두들 최선의 노력을 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나온 고작가님의 신간 “부모공부”는 무엇보다 나를 돌아보게 하고 또한 육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 책이었다. 첫 단원부터 던지는 독자에게 던지는 돌직구가 바로 그러한 많은 부모들을 짓누르고 있는 완벽한 부모상이 현실에서 정말 가능하냐는 것과 그리고 그렇게 짓눌려서 양육한 결과가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겠냐는 것이다. 부모의 사랑이 아무리 크다 한들 부모 또한 양육의 스트레스에 있어 유한하고 언젠가 고갈될 인내심과 의지력을 갖춘 불안전한 인간일 뿐이며 좋은 양육을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이 점을 부정할게 아니라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부분에서 무엇보다 마음속 한 구석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홀가분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으며 이러한 힐링과 함께 지금 보다 양육에 있어 아이들과 더 행복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도 같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의 미덕을 다시금 꼽는다면 내가 방금 언급했던 문제들, 즉 양육의 과정에서 부닥치게 되는 여러 문제들에 있어 현재 그래도 검증된 최신 연구를 거친 가장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여러 객관적 기준들을 제시해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TV를 보여준다면 몇 살 때부터 보여 줘야 하며 하루에 몇 시간이 적절한지, 그리고 그냥 보여주는 것과 부모와 대화하며 보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등이다. 물론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과학적 연구 결과와 방침들이 백 프로 팩트 이거나 완전히 효과적이지는 않을지라도(사회과학은 그 특성상 어느 정도의 불완전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중에서 회자되는 여러 검증되지 않은 육아나 교육 관련 낭설들이나 속설, 통념들 보다는 훨씬 신뢰하고 참고할 가치가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양육을 둘러싼 환경과 부모의 자세, 아이들의 지능과 감성과 언어 그리고 사회성 등 여러 분야에서의 성장과 발달, 그리고 자존감과 호기심, 창의성 같은 심리적 형성 등, 그리고 시기적으로는 태교부터 사춘기 때 까지 이렇게 넓은 범위에서 이 책은 수 많은 최신 연구 결과와 데이트를 기초로 현재기준 과학적으로 가장 검증된 육아와 교육의 여러 지침들을 매우 읽기 쉽게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독자들이 읽기에 있어 지루하지 않게 적절히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각 주제와 단원 마다 해당 주제와 관련된 에피소드와 이야기를 적절히 배치하였으며 문장도 짧고 간결하여 가독성도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일과 육아에 지쳐 독서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부모들에게도 어렵지 않게 잘 읽힐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 모든 단원이 지나고 마지막에 저자는 행복이라는 궁극적 주제에 대한 이야기로 이 책을 끝마친다. 우리 부모들이 온갖 부담과 스트레스를 무릅쓰고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이유도 결국 아이들이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성장하며 자라서도 행복한 인생을 살기를 바래서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행복이라는 모호한 목표 때문에 현재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을 희생하는 것이 과연 온당하냐는 것이다. 거기다 그렇게 소중한 행복을 희생한 결과가 미래의 행복 조차 보장하지 않는다면 더욱더 재고해 봐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아이의 행복이라는 미명아래 아이와 부모 모두가 불행한 양육을 행하고 있는 현재의 세태에 비추어 매우 적절한 마무리가 아닌가 싶었다.

올해 초에 나온 독서와 성장에 관한 명저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이어 양육과 교육에 관한 종합 교양서인 “부모 공부” 까지 쭉 읽다 보니 고영성 작가님이 흡사 연타석 홈런을 날리셨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무엇보다 유익했으며 그리고 또한 쉽게 읽혀서 좋았다. 아빠 노릇한지 5년이 지났고 나름 그래도 괜찮은 아빠 축에 낀다고 자부했지만 사실 여전히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애매하고 혼란한 상태였었는데 이 책 한방으로 그런 애매한 부분들이 상당히 깔끔하게 정리된 것 같아서 또 좋았다. 아이가 있는 많은 엄마 아빠 분들께 이 책을 추천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