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미스터리 문학상으로 알려진 ‘인 에드가 상, 셰이머스 상, 앤소니 상’을 모두 수상한 작가로 유명한 할런 코벤의 입문서로 일컬어지는 <단 한번의 시선>을 읽었습니다. 575페이지라는 두꺼운 책에 솔직히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요, 70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작가의 작품엔 역시나 이유가 있다고. 자야지, 자야지 하면서도 이야기가 궁금해서 결국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하나, 둘 퍼즐조각처럼 맞추어져 하나가 되고 처음부터 끊임없이, 그러나 크게 의심하지 않을 만큼의 떡밥을 뿌리고는 덜컥, 복선처럼 후반부에 드러나는 진실은 매우 소름이 끼쳤습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장본인조차도) 진실조차 가려진 채 과연? 하는 의심이 생기면서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어서 놀랍기도 했습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게 되면 심적으로 또 뭐가 있겠구나? 싶은 심리가 생기는 데 적당하게, 그러나 묵직하게 치고 들어오는 반전으로 마무리 되더군요.

<단 한 번의 시선>은 사랑하는 남편과 두 명의 아이와 함께 평온히 살고 있던 그레이스는 어느날 단골 현상소에서 찾아온 가족 사진에 낯선 사진 한 장이 끼어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본 남편은 갑작스럽게 모습을 감추고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거짓으로 그녀를 압박해가죠. 며칠이 흐르고 남편에게 걸려온 한통의 전화에서 남편이 위험한 상태에 있음을 알게된 그녀는 어떻게든 사진의 비밀을 파헤치려고 하고, 그 속에서 십오년 전 수십명의 젊은이가 숨진, 보스턴 대참사의 사람들이 얽혀 있음을 알게됩니다. 그리고 그녀 또한 그 당시의 대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였죠.

이 책의 뼈대는 그레이스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추적해가는 남편 찾기이지만 중간 중간 도대체 주요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싶은 사건들이 곁가지로 등장합니다.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이름과 별명으로 오밀조밀하게 독자를 혼란에 빠트리기도 하죠. 그러면서도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증거들은 하나, 둘, 매우 자연스럽게 튀어나옵니다. 처음엔 그냥 넘긴 것들이 점차 중요성을 띄기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그게 앞에 나왔는데, 하며 뒤적이게 되는데 이게 이상하단 느낌은 안 들었습니다. 오히려 혹시 빼먹은게 없나, 하며 차근차근 다시 찾아보게 되는 매력을 갖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사건이 다 잘 해결되었다고 생각한 결말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의 진상, 혹은 그저 미루어 짐작되는 이야기들에 놀랍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 사건은 시작된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뛰어난 가독성이 정말 좋았습니다. 스릴러를 좋아하지만 주로 일본 쪽을 많이 읽어서 외국 이름이 나오면 혼미해지는 편인데 이 책은 이름마다 개성이 확실하면서도 쉽게 외워지는 타입이더라구요. 이것마저 작가가 생각하고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등장인물이 헷갈려서 다시 읽는 일은 없었습니다. 두께는 상당하지만 읽는 내내 몰입하면서 소름끼쳐했던 책이었습니다. 할러 코벤의 작품, 이후로 쭉 읽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