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고 싶다. 그러면 조금 기분이 나아질 것 같다.

─요즘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생각 중 가장 큰 범위를 차지하고 있는 생각이다.

어느 곳이든 상관이 없다. 국내든, 해외든, 그냥 좀 아무 생각없이 즐기고 싶단 생각이 든다. 물론 당장 갈 수는 없으니 잘 읽지도 않는 여행 에세이를 뒤적이면서 마음을 달랜다. 최근 읽고 있는 책은 <여행의 취향>이다.

사실 제목은 그다지 끌리지 않았는데 책 표지가 좋았다. 그리고 일상 여행이란 단어가 콕콕 눈에 박혔다. 나에게 일상과 여행은 전혀 정 반대에 있는 단어인데 같이 나란히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나는 이런 류의 책을 즐겨 읽지만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거나 이건 힘들겠다, 하며 오히려 서글퍼지는 경향이 있는 데 이 책은 생각보다 그런 느낌은 덜했다. 나는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나라의 여행기를 담았지만 그저 여행의 아름다움만을 읊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신비로움, 즐거움, 경쾌함, 아름다움─이라는 여행이 주는 이야기에 자신만의 고생담과 솔직함이 적절하게 조미되어 있는 책이었다.

마냥 저자가 부러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더욱이 주로 해외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국내 여행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고 여행에서 느낀 점과 더불어 여행을 할 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말 그대로 여행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쉽게 말해서 돈을 아끼기 위해서 저렴한 숙소를 예약했을 때 어떤 사람에게는 그게 맞을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에겐 음식보다는 숙소가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는, 개인의 여행 취향을 확인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적혀 있다. 그저 마냥 즐겁거나 마냥 힘들었거나 두 느낌 외에는 조금은 멀리 있는 듯한 여행 에세이에 개인의 취향과 평범함이 뒤섞이니 부럽지만 나도 이런 여행을 나름대로 즐겨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되더라.

특히 앞서 말했다시피 일상과 여행을 전혀 반대의 개념으로 생각했던 내가, 가장 즐거웠던 여행은 쉬엄쉬엄 일상처럼 그 하루르 즐기고 왔었던 어느 날의 일본 여행이었다는 점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아, 여행이기에 특별하지만 너무 특별한 것만을 원하지는 않았구나. 결국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나를 모르는 곳에서 나를 느끼고, 여행의 수많은 감정들이 결과적으로는 일상의 연장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여행이 온전히 일상이 될 수 없을 거라는 건 잘 알지만 너무 떨어트려 생각해놔서 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상이 지루해진 것은 아닐까? 갑자기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일상의 연장선에서 여행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함을 느끼면서 또 한편으론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일상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잘 찍지는 못하지만 카메라로 내가 기억하고 싶은 풍경을 담고, 집으로 돌아와 그곳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의 일상에서 그 날의 평온함과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즐거워하고 싶어졌달까.

아, 여행 가고 싶다.

그래도 전과 다르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가겠지. ─라는 마음이 든다는 것일까.

좋아. 국내든, 해외든. 떠나보자. 내 여행의 취향을 찾아가면서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여행갈 경비를 마련하는 지금을 모두 여행의 하나로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