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본 작가 중 하나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명 시리즈, 가가 형사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 <졸업>을 읽었습니다. 읽은 줄 알았는 데 읽으면서 아 나 이 시리즈를 순서대로 안 읽은 건가? 싶더군요. 가가 형사 내용을 대충은 알고 있으니 중간에 뭔가 읽기는 한 것 같은 데 말입니다, 전혀 기시감이 들지 않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가가 형사 시리즈도 죄다 모아볼까, 생각 중입니다.

<졸업>은 가가 형사가, 형사가 되기 전 대학 졸업 직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했던 7명의 친구들은 비록 다른 학부지만 같은 대학교에 입학한 상태로 각자 확고한 미래와 사랑까지 남들이 보기에 완벽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취직이 확정되었고 남자친구와 결혼 이야기도 오고가던 쇼코가 왠만하면 들어갈 수 없는 여성 전용 멘션의 자신의 방에서 죽은 채 발견되고 얼마 뒤 친구들과 은사가 매년 하던 다도 의식에서 나미카가 독약을 먹고 사망합니다. 갑작스런 친구들의 죽음, 도저히 자살이라고 생각할 수 없고, 그렇다고 명확히 타살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에, 가가는 조금은 냉철하게 사건을 파헤칩니다.

중간에 친구들과 은사가 매년 하는 다도 의식 설명 부분과 트릭 설명에서 살짝 머리가 아파오긴 했지만 가독성의 대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인 만큼 매우 술술 읽힙니다. 매우 친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로에게 비밀을 만들어가던 친구들. 매우 현실적인 고민과 행동이 공감이 갑니다. 그랬기에 더욱더 동기는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나에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나는 이들처럼 행동할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은 적어도 아주 잠시간은 고민할 거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만큼 중요했고, 서로가 그것을 알면서도 자신을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말았으니까요.

사건은 매우 잔혹합니다. 아름다운 청춘과 행복했던 추억은 어느새 사라지고 7명의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졸업>이란 단어가 상당히 와닿았습니다.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과거, 이제 미래를 향해야 하는, 그러나 한편으론 언제까지고 잊을 수 없을 과거에 대한 기억들. ─너무 슬프더군요. 특히 모든 것이 다 끝난 뒤 남은 친구들의 모습이 씁쓸했습니다. 아마 평생 후회할 겁니다. 이 사건의 진실을 나중에 알게된 친구나 이 문제를 해결하며 친구들을 의심해야 했던 가가, 응어리를 안고 결국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친구나.

흥미진진한 한편, 참으로 씁쓸했던 소설이었습니다. 그나저나 학생이었던 가가는, 여기서 결국 교사가 되기를 선택했는 데요. 과연 그는 어쩌다 형사가 되었는 지 궁금해지네요. 얼른 다음편도 구매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