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을 많이 잔다. 그러나 항상 피곤한 걸 보면 그다지 질 좋은 잠을 자는 것 같지는 않다. 가끔 질 좋은 잠을 자면 몸이 편안한데 그 질 좋은 잠을 자는 방법을 아직도 모르겠다. 그래서 주말이 되면 굳이 약속을 만들어서 꾸역꾸역 일어난다. 문제는 침대만 벗어나면 나는 잠을 자고 싶었던 마음이 쏙 사라진다. 여하간 그래서 잠에 관심이 많다. 누군가 나에게 질 좋은 잠을 자는 법을 알려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수도없이 해보았다.그래서일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잠>이 출간되었을때 상당히 기대가 되었다. 일단 베르나르 베르베르란 작가가 자신이 소재로 정한 것에 대한 탄탄한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는 점이 유독 관심이 갔다.

 

<잠>의 주인공은 자크 클라인으로 그의 아버지는 항해사, 어머니 카롤린은 유명 신경 생리학자다. 항해사인 아버지는 자크가 어렸을 적 사고로 죽고, 어머니 카롤린은 ‘잠’에 대한 고명한 학자로 자크에게 어렸을 때부터 꿈을 통제하는 방법과 수면의 다섯 단계를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카롤린은 연구 끝에 수면의 숨겨진 여섯번째 단계 [미지의 잠]을 발견하고 실험하지만 피실험자가 실험 도중 사망, 카롤린은 해고 당한다. 이에 충격을 받은 카롤린은 자크에게 말도 없이 사라지고 자크는 혼란에 빠진다. 그러던 중 우연히 역설 수면 단계에 들어가 20년 후의 자신을 만나고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말레시아로 가 꿈의 민족이라고 불리던, 카롤린이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부족 세노이족과 만나게 된다.

 

1권의 내용은 여기까지다. 주요한 사건이 여러 단계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엄청 스펙타클한 느낌은 아니다. 1권에선 주로 자크를 통해서 잠과 꿈에 대한,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 지식을 소개하는 데 할애한다. 근데 그게 결코 재미없게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잠>에서 말하는 잠의 다섯 단계와 이어 꾸기 등이 실제하는 걸까? 이걸 습득한다면 나는 질 좋은 잠을 잘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뭐 실제로 해보았으나 실패했지만 왠지 여러번 노력하고 날 도와줄 사람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만큼 소설인데도 매우 현실적인 느낌이 가득했다. 그리고 나 자신을 평온하게 만드는 잠의 시간이 역설적으로 불안을 가지고 오는 시간이라는 점을 그려내는 것도 독특했다. 잠과 꿈을 다 정복한 것처럼 굴었으나 긴장을 살짝 놓았다가 치명적인 사고를 당한다거나 몽유병의 문제 등 평온할 것만 같은 시간의 두려움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잠을 이야기하면서 빠질 수 없는 꿈 이야기가 후반부 내용을 잠식한다. 제목은 잠이지만 꿈이란 요소가 상당히 중요하게 다가온다. 자크는 꿈 속에서 20년 후의 자신을 만나기도 하고, 꿈을 통해 현실의 두려움을 이겨내기도 한다. 꿈을 통제하며 꾸면서 평온을 얻을 수 있고 배움과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자크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부러운 한편 상당히 두려워지기도 했다. 뭐 상상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꿈이라는 건 점점 어딘지 모르게 애매한 감이 있는 느낌으로 남아 있기도 하지만 서도 말이다.

 

과연 세노이 부족을 만난 자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2권을 얼른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