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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까지 내 블로그의 스킨은 <내가 사랑한 조선>이었다. 의사인듯한 여인이 있고, 남자 하나가 손을 높이 들고 있다. 무언가 감격한 것이 있나보다. 나중에 책을 읽고 나서 알았다. 이 남자는 백내장이 있는 남자이고, 그 여인은 닥터 머래이이다.

플로렌스 J.머래이(Florence J.Murray). 캐나다 여인이다. 1894년에서 1975년 까지 살았으며 평생 조선을 사랑하고 조선에 복음을 심은 의료 선교사였다. 한국 이름 모례리. 목회자의 자녀로 태어나 목회의 길을 걸으려 했으나, 그 당시는 여성에게 안수를 주지 않았고, 차선책으로 의대에 진학을 했다. 달하우지대의대를 졸업하고 27세의 나이로 한국에 온 닥터 머래이. 간도 용정 제창병원장을 지냈고, 1923년에는 함흥 제혜병원을 세워서 함흥에서 사역을 했다. 한국최초의 결핵 요양소를 개설하여 당시에는 불치병이라 여겨졌던, 결핵 퇴치 운동에 앞장을 썼으며, 간호사 양성소를 개설하여 정식 교육을 받은 훌륭한 간호사를 많이 양성했는데, 1942년 일제에 의해 강제 추방당한다. 해방 후 1947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이화여대의대 부학장, 세브란스병원 부원장을 역임하고, 현 원주기독병원의 전신인 원주연합기독병원을 창립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다 1975년 81세의 나이로 고향에서 소천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나라면, 당신이라면 이렇게 할 수가 있을까? 27세의 나이에 조선으로 향했을때, 친구들은 모두들 머래이를 말렸다고 한다. 그 당시 조선은 그들이 보기에 너무나 미개한 나라였기 때문이리라. <나는 조선으로 갔다. 그리고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주위에 많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르심에 순종하여 척박한 조선땅에 헌신한 닥터 머래이. 존경스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선교사이기 이전에 한 여인으로서 이 여인의 순종에 눈물이 나고 그 능력에 말을 이을수가 없다.

<내가 사랑한 조선>은 우리가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지금의 사회만을 생각하고 있던 나는, 읽는 내내 끔찍함에 얼굴을 찡그리던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조선 말 당시의 척박한 의료 현실과 초기 그리스도인의 실생활들, 조선에 뿌리박힌 인습과의 마찰, 병원 울타리 안밖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외국인으로서의 여의사가 아닌,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그녀는 조선 민족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조선에 대한 첫 모습이 너무나 정겨웠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 머래이. 그렇게 연이 닿았나보다. 일본에 도착했을때 벗고 다니는 일본인을 보고는 놀랬다고 표현하던 머래이는 조선에 와서는 따뜻하고 순박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라고 회상을 한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래서 더욱더 가슴 따뜻하게 이 책은 다가온다.

황소 뿔에 받힌 가족을 달구지에 싣고 사흘길을 걸어온 사람들에게 다시 집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부터 조선의 의료선교활동은 시작된다. 맥밀란이 왜 그렇게 했는지를 설명하면서, 의료활동이라는 것이 의술만 잘 한다고 되는것이 아님을 알았다. 폐결핵 환자들을 돌보고, 늑막염에 걸린 사람을 시술해 줬더니, 자가 요법을 사용하다 10개도 넘는 긴 나뭇가지가 상처속으로 들어간 이야기, 0m가 넘는 취충을 끄집어낸 이야기며, 수술한곳이 아물지 않아서 보니 창자벽을 뚫고 회충이 튀어나왔다는 이야기, 죽은 태아를 14년 동안 뱃속에 넣고 다닌 이야기들과 함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강도가부터 시작하여 병원에서 일을 했던 여러인물들의 이야기들 보면서 그 당시의 조선 사회를 옅볼수가 있었다. 3.1운동의 부분에서는 어떻게 그렇게 조용하고 일사분란하게 거사를 치렀는지에 대해 쓴 글을 보고 얼마나 머래이가 조선을 사랑했는지를 알수 있었다.

척박하고 위험한 이 땅에서, 미신이 판치고 병원균에 대한 무지로 힘이든 그곳에서 머래이는 그녀의 청춘을 바쳤다. 그녀의 나라가 아닌 조선에서 말이다. 나의 나라에서 이 땅에 의료계의 초석을 세운 진정한 <복음을 붙들린 닥터 머래이의 선교기>는 감사함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녀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조선 사역의 보고서는 너무나 편하게 주님을 볼 수 있는 우리들에게 순종하는 삶을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닥터 머래이 뿐 아니라 수 많은 선교사들의 헌신과 섬김이 이 땅에 복음을 심고, 죽어가는 영혼들에 생명을 전했다. 그들로 인해 한국교회가 탄생했고 선장한 것이다. <내가 사랑한 조선>은 닥터 머래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부르심을 받은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그들의 피와 땀의 결과를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

주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복음을 전하는 축복의 통로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힘이들고 외로운 그 길을, 오직 주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나아갈 수 있다는것.. 닥터 머래이에게 진심으로 고개숙여 감사드린다. 이 땅위에 복음이 세워진것에 대해서, 우리의 영혼들을 살려준것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