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시절 미국소설시간에 한학기동안 나와 함께 했던 소설이 <위대한 게츠비>였다.  피츠제럴드의 소설이었는데, 이번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보면서 참 어리석게도, 벤자민 버튼이라는 사람이 작가인지 알았다.  어떻게 글을 읽었는지...  그래놓고도 <위대한 게츠비>를 떠올리면, 피츠제럴드 보다 <위대한 케츠비>라는 만화가 더 많이 생각났다.  사실, 피츠제럴드가 이렇게 많은 단편 소설을 쓴 작가였는지도 몰랐다.  그러던 중에 브래드피트 주연의 <벤자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간다>라는 영화가 영화사상 유래없이 13부분의 노미네이트가 되었다는 것이다. 영화가 잘 만들어질려면, 분명 원작이 잘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서 궁금했다. 어렸을때도 읽어 본 적이 없던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들이.

 

펭귀클래식 코리아는 들리는 그대로 클래식하다. 이 책이 그렇다. 너무나 클래식 하다.  16페이지에 달하는 서문에선 피츠제럴드의 작품세계를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왠만한 논문 요약본 수준이다.  궁금했던, 아니 궁금하지 않았던 피츠제럴드에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그런 마법을 서문은 열어 놓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그리고 또 다른 재즈 시대 이야기>이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재즈 시대 이야기들은 1920년대를 드러내 주고 있다. 피츠제럴드는 <재즈 시대 이야기>를 3부분으로 나뉘어서 이야기 해주고 있는데, 젤리빈, 낙타의 뒷부분, 노동절, 자기와 핑크가 들어있는 나의 마지막 자유분방한 그녀들, 리츠칼튼 호텔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칩사이드의 타르퀴니우스, 오 빨간 머리 마녀! 가 포함된 판타지와 행복이 남은 자리, 이키 씨, 제리마,산 아가씨가 포함된 분류되지 않은 걸작으로 구분을 해 주고 있다.

 

단편은 하나씩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첫 장부터 읽지 않아도 되고, 읽고 싶은 부분부터 골라서 읽을 수 있는 책 읽는 맛이 있어서 단편은 좋다. 책을 받자 마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읽기 시작했다. 이 시대 작가의 상상력이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감각을 두드린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책을 읽고 그리 길지 않은 단편으로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을지가 궁금했다.  영화를 보고야 말았다...  책과는 조금 틀린 점이 있지만, 표현을하는 부분들이 눈과 머리를 맑게 만든다. 벤자민 버튼이라는 보통의 인간과는 다른 시간을 사는 한 남자의 이야기... 70대로 태어나 유아기로 '거꾸로 성장하는 남자에게서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정체성의 사회적 구축을 알 수가 있다.  70대의 모습의 남자에게 15살이 안되었다는 이유로 반바지를 입히는 아버지 처럼 말이다.  <벤자민 버튼~>을 읽고 다른 글들이 너무나 궁금했다. 하나 하나 골라서 읽는 동안 얼마나 황홀한 글 들 속에서 유영을 했는지 모른다. <리츠칼튼 호텔만큰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판타지로 속한 부류의 글들은 개인적인 지식들을 싹 엎어버리기에 충분했다. 이 글들이 영화화 되겠구나라는 생각들이 머리를 스친다. 기묘한 반전으로 허를 찌르는 이야기들이 어찌나 통쾌하게 만드는 지 모른다.  이런 판탄지류의 글들은 모르는 세계로의 여행의 문을 열어 주는듯 하다.

 

판타지 다음에 읽기 시작한 부분이 나의 마지막 자유분방한 그녀들이었다. 진짜 자유분방한 그녀들이다. 사랑의 이야기. 하지만 그걸 사랑이라고 단정지을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자기만의 사랑... 짝사랑... 아니면 멋모르는 사랑의 환상들이라고 해야할까?  젤리빈이 무엇인지 궁금했었다. 젤리빈... 젤리빈... 펭귄 클래식의 주석은 책 아래에 있지않고, 주석부분을 책 뒤로 넘겨서 글 한편을 읽으면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글을 읽으면서 뒤로 넘기고 싶은 유혹이 얼마나 심하던지...  그래도 그냥 읽어 나갈 만하다. 앞뒤 문장으로 이런 이야기구나를 생각하게 만드니 말이다. 그 시대 이야기가 거의 10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어울린다는 것이, 위대한 작가들의 세계에 경지를 옅볼 수가 있다. 마지막 분류되지 않은 걸작... 분류 타이틀이 기가 막히다. 분류되지 않은 걸작이라니... 읽어내려가면서 2가지로만 분류를 했으니, 이런 제목을 붙힐만 하다.  판타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유분한한 그녀들이 더더욱 아니니 말이다. 정숙한 여자들이라고 한다면 분류가 되었을텐데, 이런 분류도 괜찮을 듯 하다. 분류되지 않은 걸작... 얼마나 멋진가...? 자신이 자신의 글에 분류되지 않은 걸작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으니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단편의 맛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고, 왜 이런 글을 몰랐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새로운 세계로의 입문을 하는 듯 해서 행복했다. 참 귀한 글 11편이 이 두터운 책 한권에 다 실려 있다. 한편 한편 곱씹으면서 한동안 아니 스콧 피츠제럴드가 머리에서 사라지는 그 시간동안 참 가슴이 벅찰 것 같다.  학부시절엔 이렇게 멋진 피츠제럴드가 왜 그리 싫었을까?  시험이었으니까... 시험보지 않고 글을 읽을 수 있는 내 나이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