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피아노는 여행이다.

 

나는 그곳에서 온몸으로 자유를 느끼며 상상에 빠져들곤 했다. 꿈같은 시간, 꿈같은 날들이었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배울 수 있는 좋은 환경을 타고난 것에 항상 감사한다고.

 

나는 어른들이 정해 준 길을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인생의 답은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선생님이나 부모님은 대개 마치 정답이라도 있는 양 얘기한다. 물론 안전한 길을 가르쳐 주기 위한 의도라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누구든 인생의 답을 얘기할 때면 그것을 강요할 수 있는지부터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가보지 않은 저쪽 세계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다가올 세계는 지나온 세게와 다를 수 있다. 우월한 지위와 경험이라는 잣대로 타인의 삶에 '정답'을 제시하고 획일화된 교육을 강요하는 것을 나는 태생적으로 거부한다.

주류의 시스템에 순응하는 것이 나쁘다거나 무의미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다른 길, 새로운 길을 찾는 것 역시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새로운 세상은 다른 방법을 찾을 때 열린다고 생각한다.

 

피아노와 이빨 공연을 하며 느낀 자부심과 행복과 가칭, 그 모든 것은 무엇을 근거로 삼더라도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과 비교해 모자라거나 부족한 점이 없다.

 

그들의 합리적인 판단은 내게 극단적인 조치를 내리게 만들었다. 31일간의 공연이 끝나자마자 나는 팀을 해체했다. 열정과 도전정신이 없는 동지들은 필요없다는, 단순명료한 결정이었다. 지금도 나는 같은 생각이다. 어떠한 일이든 매달 받는 월급이 아쉬워 도전을 하지 않거나 열정을 놓는다면, 오래가지 않아 그 돈도 벌지 못하게 될 때가 올 것이다. 또 삼십대 후반, 사십대 초반의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면, 오십대도 안 돼서 더는 이하고 싶어도 찾아 주는 곳이 없게 될 것이다. 당장의 평편도 중요하지만, 더 멋진 가장이 되고 더 나은 가정을 만들기 위해선 잠시 고통을 인내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고생은 빨리 시작하면 할수록 짧게 끝나고, 오래 걸리면 걸리수록 그 빛은 평생 갈 거라고 믿는다. 아쉬웠지만 나는 멤버 각자의 삶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신념이 아무리 확고하다 해도, 타인의 신념 역시 중요하니까. 또 내 선택을 존중받으려면, 먼저 다른 삶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니까.

 

밤하늘의 별을 보며 꾸었던 내 미래에 대한 꿈이 그르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몇 번이고 말해 주고 싶다. 그대가 생각한 길, 남들이 고개를 저었거나 추천하자 않는 길, 그런데도 가슴이 뜨거워 도무지 거부할 수 없을 것 같은 길이 있다면, 바로 그 길이 정답이라고, 안락과 여유를 주는 환경이 아니라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 주는 환경이 좋은 환경이라고 말이다. 어쩌면 주변의 반대 속에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반대와 거부의 벽 앞에서 스스로 열정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용기와 도전이지 선택 그 자체가 아니다.

 

공부는 잘 되니? 요즘 고민은 뭐니?

보고 싶었다. 좋아한다. 너 정말 멋있다. 잘한다, 고맙다.

 

멋지게 살고 싶었고 뭐든 재미있게 하고 싶었다.

내 마음대로 하되, 재미나고 가치 있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어떠한 문제든 비관하고 걱정하는 것보다 선선히 받아들이고 직접 부딪치는 것이 빠른 해결법이다. 궁리하기보다 실천할 때 마침내 극복도 가능한 법. 나는 막다른 길에 몰릴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마음을 고쳐먹고 2차 선택을 살릴 줄 아는 남다른 배짱을 가지고 있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을 타고난 덕분이다.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매니저는 이런 나의 성격을 '미친 긍정'이라고 표현한다.

'긍정적'인 수준을 넘어 '굉장히 긍정적'인 수준까지 초월한, 두 손 두 발 다 들게 하는 긍정,그것이 미친 긍정이란다. 또 '추진력'하면 윤효간 아니던가.

한때 음악 하는 동료들이 지어 준 별명이 '천하의 윤효간'이었다.

나는 어떤 상황과 부딪힐 때마다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 나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믿는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부모님이 주신 부유한 환경보다 나 스스로 만든 거친 환경에서 갈고닦은 낙천적인 마음과 결코 포기하지 않는 성격을 감사히 여긴다.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없다.

설령 하지 못했다 해도 실패는 언제나 삶에 값진 교훈을 준다. 100퍼센트 실패라는 건 없다.

뭐가 됐든 남기 마련이다.

사람이든, 경험이든, 내공이든... 뭐든 하나는 얻게 되어 있다.

그러니 실패란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