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과 사연도 흔적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질 거다.

어쩌면 그렇게 사라져도 될 만큼 사소한 것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소한 것, 말하지 않으면 사라지고 마는 것 때문에

한때 얼마나 좋아하고 싫어하고 마음 졸였던가."

 

그렇게 이 이야기들은 임범이라는 술평론가(?)의 주변 사람들의 사소한 이야기부터 살아온 날들의 여정들이 녹아있다.

그가 지인들과 만나 가장 많이 한 것이 술 마신 일이라 술꾼 에세이가 탄생하게 된거다.

이 30명의 인물들 중엔 우리가 아는 작가와 영화인들(감독, 배우,제작자 등)도 있고, 술집 주인부터 시작해, 어디소속 기자들과 건축가 등 알 수 없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물군들이 모여있다. 이들은 대부분 술자리에서 만난 술꾼들이다.

 

인물들 맨 앞엔 캐리커처와 함께 간단한 약력을 표시했다.

 

차례에 보면 이 서른명의 이름들이 나와 있는데, 세상에 동명이인은 많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이 그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사전에 알고 계시길.

본의 아니게 낚였(?)던 인물은 신현준과(배우가 아니다) 구창모(가수가 아니다) 정도다.

 

평소 궁금해 마지않던 배우와 감독을 독자의 대리인 자격으로 갖게 된 간접적인 술자리 얘기들은 우습기도, 애잔하기도하다.

요즘 드라마 '브레인'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계신 김상철교수역의 배우 김진영에 대해 새로이 알 수 있는 기회였고, 더 팬이 됐다고 할까? 배우 문소리도 있고, 감독 홍상수도 있다. 매력적인 인물들이다. 언제 이런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져 보겠나.

사람이 술 앞에선 거짓말을 못한다고 했던가. 간접적이지만, 임범과 마주한 서른명의 사람들의 깊고 진솔한 이야기들은 술값으로 치르기엔 너무나 값진 것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아는사이도 아니고 친분도 없는 나와는 먼 타인이지만, 한 사람의 삶속에 녹아있는 스토리들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흥미로움 자체였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세대의 (이곳의 사람들은 대부분 60년대생 출신들이다.) 경험들과 시대의 얘기들이 담겨있는 리얼 라이프 스토리는 막걸리 한사발에 대한 안주격이랄까.

술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도 술 땡기게 만들었던 그들의 이야기는 짧지만 강하게 남아있다.

 

부어라 마셔라, 술자리 분위기엔 영 어울리지 않는 나조차도 꼽사리 껴도 좋을 그런 술자리에 초대되어 있는 듯한 느낌과, 글만 읽어도 당시의 술자리 모습이 생생히 그려진다. 술...생각 나게 만든다. 이래서 다들 술 술 하나보다. 친목에서 술이 빠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나 보다. 안그래도 연말에 갖은 송년회 자리로 술잔이 오고갈 일들이 부쩍 많아질 시기에, 술에대한 거리감을 한층 좁혀준 것 같다. 이젠 나 술 못 마신다고 내빼지 않고, 이야기 보따리 풀어놓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어보고 싶다.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