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리틀 트리>라는 제목으로 현대 문학에서 펴낸 책을 읽었었다.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을 책꽂이에서 다시 찾아 읽게 된 것은 라디오 방송 때문이었다.

우연히 EBS의 책을 읽어 주는 한 프로그램을 중간부터 듣게 된 적이 있었는데 대번에 이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이 책이 내게는 매우 인상깊고 감동적인 책이었다는 의미였다. 

곱게 비닐로 포장이 되어 있는 책을 꺼내 보니 새삼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본 제목은 The Education of Little Tree!  주인공인 어린 꼬마, Little Tree라는 이름 역시 너무나 정겹다.

이 책을 출판사도 바뀌고 번역자도 바뀌면서 제목도 새롭게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로 바꾼 모양인데, 나는 원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물론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제목 역시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내가 다시 흠뻑 빠져 들었던 그 즐거움과 감동을 생각해 볼 때,그동안 지나간 세월에도 변치않은 이 책의 미덕에 걸맞는 이름이라는 점에는 전혀 이의가 없다.

다시 읽으면서 역시 확인하게 되는 사실은 자연의 일부로서, 어머니 자연과 하나가 되어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던 인디언들을 몰아내고 그 땅을 차지하기 위해 벌였던 그  파렴치하고 추악한 역사가 얼마나 가슴 아픈가하는 사실이었다.

인간에게 주어진 자연의 선물을 감사히 여기며 필요한 것 이상을 욕심부리지 않고 자연의 선의로 자연에게서 받은 것들처럼, 자신들 역시 선의로 서로에게 베풀고 존중하며 사는 삶을 살고자 했던 인디언들, 그들의 관습과 문화에서 배우게 되는 그런 삶의 자세야말로 진정 풍요로운 삶, 삶다운 삶을 사는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우리 인류 역사 속에서 비극적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삶, 지금도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상업주의에 의해 잠식되어 가고 있는 삶들이야말로 -자연을 존중하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여전히 우리가 희망하고 부러워하는 지혜롭고 평화로운 삶이라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명이 아무리 발전한다해도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변함없이 하루 24시간이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것들도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하려고 하고 누리려고 형형색색의 불빛들을 향해 맹렬히 달려드는, 쉼없는 불나방과도 같이 아슬아슬한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자연 속의 일부로, 자연과 더불어, 자연을 존중하며 겸허한 자세로 살아간 인디언의 삶과 그 지혜가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가슴 아프고 애틋하고 그리운 모양이다.

사실 자연 속에서의 삶이 이야기 속에서 그려진 것처럼 아름답기만하고 낭만적이기만 할 리가 없다는 것은 도시 속에서만 살다가 하루밤이라도 밖에서 지내 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이러 저러한 불편과 어려움을 감내하지 않은 그저 꿈과 같이 현실성이 없이, 좋기만 한 그럴 듯한 삶이란 있을 수 없는 법일터....

무엇에 더 가치를 두고, 무엇이 더 내 삶의 의미를 주는 것일까 하는 고민과 갈등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목표한 방향을 향해 가는 것이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한 고민과 갈등으로 이어지는 삶의 과정 속에서 그나마 이 책은 꼭 리틀트리가 어렸을 적 경험했던 삶과 같지는 않아도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진실된 마음이나 사랑이 무엇인지,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지와 같은 중요한 질문들을 떠 올리고 스스로 대답해 가는 기회를 나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쉼터와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다.

책에서 할머니가 리틀트리에게 해 주었던 말처럼 몸의 마음과 영혼의 마음을 돌아보고 스스로 그 크기를 가늠해 볼 수있는 쉼터 말이다.

그래서 모처럼 잘 쉬어 가는 주말이라는 생각을 하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도 때때로 돌봐야 하는 몸의 마음과 영혼의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꼭 이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리틀 트리가 경험했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과 눈물을 펑펑 쏟을 수밖에 없었던 가슴아픈 일들을 통해 모처럼 내 마음도, 내 영혼도 따뜻해지는 그런 날을 만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