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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 >, 책을 펼치기 전 과연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내게 또 어떤 새로운 마주침을 선물해 줄 지 자못 기대가 되었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는 저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보다는 그녀가 들려주는 연암과 열하일기의 매력에 더 많이 빠져 들었던 터라,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프롤로그에서부터 쏟아 내는 저자의 거침없고 솔직한 담론을 대하자 약간 당황스러웠다. 뭐랄까,저자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속도를 따라 가지 못해 어리둥절했다고나 할까?

직접 마주 대하고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인쇄된 활자를 읽어 나가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속사포같이 쏟아지는 상대의 말에 휘둘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분명 그런 느낌이 들었었다.

하지만 저자 고유의 이야기를 풀어 가는 방식에 익숙해지자, 저자의 논리에 점차 공감하게 되었다.

1부에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학교와 공부에 대한 경직되고 편협한 사고의 틀을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공부가 무엇인지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 보도록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공부라는 단어를 학교, 성적, 성공이라는 한정된 사고에서만 바라 본다면 우리가 처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2부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공부는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한 장으로서 저자는 그 해법을 고전과 고전을 공부하던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전제를 두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풀어 내고 있다. 여기서 든 생각은 진정한 공부를 위한 구체적인 방식들 자체를 비법처럼 전수받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응용가능성을 열어 두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는 자신만의 방식을 스스로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는 점이었다.

3부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공부가 살아가는 동안 모든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이며 그 자체가 목적임을 말하고자 한, 진정한 의미의 공부에 대한 저자의 사유들을 엮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질문이 하나 있었다.

'나는 왜 독서를 하는 가?' '나는 과연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접어 두었던 독서를 다시 시작한 것은 저자가 말했던 것처럼 '나 자신과의 소통'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과연 무엇을 원하는 지 알지 못했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몰라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체가 우왕좌왕하는 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또 다른 문제들로 얽히고 설키기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서를 시작하면서 엉성하고 거칠게나마 논리적인 사유라는 것을 하게 되고 스스로 왜라는 질문과 그 답을 책 속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하다 보니 조금씩 조금씩 변화가 찾아 왔다.

변화가,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시작된 것이었다. 그 변화에 스스로 고무되고 자극받으면서 점점 더 독서에 욕심을 내고 몰입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변화가 스스로 만족스럽기도 하고 핸복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뒤늦은 열정이 어떤 모습으로 내 인생을 이끌어 갈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실마리를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학위나 자격증을 위한 것도, 돈을 위한 것도 아니지만, 공부 그 자체인 삶 속에서 지혜를 얻고 나 자신과의 소통 뿐 아니라 타인과의 소통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 소망이 나로 하여금 독서에 몰두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삶이 곧 공부이기에 언어와 문자의 경계를 넘어 세상 모든 것이 '책'이 되고 삶과 죽음, 일상, 감정, 심지어 호흡조차 배움의 연장에 있게 되는 그런 경지에 다다르고 싶다는 소망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세상과 소통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살아가는 여정 자체가 공부이니, 정해진 기한이 있는 것도, 전공과목이 삶의 모든 영역이니 한 분야에만 머무를 필요도 없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 나만의 공부, 정말 멋지지 않으가!

그런데 타고난 성정도 급한 데다 알고 싶은 것들은 너무 많고, 읽고 싶은 책들도 너무 많아 조급함이 앞설 때도 많았는데, 그런 나자신의 독서습관을 돌아 보고 반성하였다.

인생의 모든 순간들을 학습하고, 지식 기술 경험을 서로 나누어 가지고, 서로 도와주는 순간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망 (educational webs) 형성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과제이다. - 일리히, 학교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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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내공이 좀 쌓이고 나면 단순한 독서클럽에서 벗어나 <수유+너머> 공간과 같은 공동체에 참여해 보고 싶다는, 아직은 막연하기만 한 바램을 가져 보며 책을 덮었다.

시간이 지나 공부와 삶을 나누는 좀 더 지혜로운 방안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