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천사와 악마

에에... 이런 책을 보고 우리는 가끔 외치지요. “낚였다!” ...출판사에겐 미안하지만 책을 본 첫 마음은 그랬습니다...우와, 이 쪽 분야에 관심을 가진 적 있는 사람이라면 너무나 불성실한 삽화와 내용에 실망을 금치 못했을 것 같아요. 이런 초보자용 책을 받아들게 되다니, 하면서 잠시 당황할 정도였습니다.

책 뒤에 보면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시리즈”가 50권 나와있다고 하는데... 이 책을 먼저 접했으니, 다른 시리즈를 원하게 될 것 같지 않습니다...OTL 게다가 부록... 느닷없이 악마같은 천사 우리엘 이런 게 나오는데 이건 또 뭐라고 해석해야 할지.(먼산)

내용상, 참고도서 목록 부분이 없다는 점에서 이 책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자, 제목에 분명 편저-라고 되어 있으니, 누구나 다 알 겁니다. 저자가 주요 문헌을 기본으로 하여 자신의 판단을 줄이고 여러 저자의 의견을 종합하여 만든 겁니다. 체계적으로 자료를 모아 편찬한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자, 그럴 경우,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참고했는가-는 책의 내용을 판단하는 1차적 기준이 됩니다. (움베르토에코의 논문잘쓰는 방법을 꼭 참고하라는 게 아닙니다. 이게 기본이라는 거죠.) 단지 [성경]에서 읽었어요-가 아니라, 어느 출판사에서 나온 어느 번역자의 몇 판을 참고하였다- 가 기본이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도 알다시피, 성경과 코란과 실낙원과 구사론과 기타 등등 이 책에서 언급한 수많은 종교와 그 관련 서적들은 대부분 번역의 형태로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으며, 번역은 아시다시피 많은 부분에서 번역자 자신의 편견과 견해를 내포할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성경만도 출판사에 따라 많은 뉘앙스가 다르지요. (우리가 궁금한 것은 104페이지의 [고유명사와 보통명사]의 뜻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 저자가 어느 책을 중점으로 자료를 모았는가. 이 부분이 없는 책은 사실 소설이나 희곡이나 수필 등의 문학작품 이외에는 그다지 쓸모있는 경우가 없습니다. (여행안내서를 생각해 보세요. 여행안내서 뒤편에 “제가 직접 가본 건 아니지만 많은 자료를 참고했어용~”이라고 써 있다고 생각해 보잔 말입니다. 내용이 틀린 건 아니지만, 아놔, 이게 대체 언제적 거야?! 낚냐?!라는 생각은 하게 되지 않겠어요?) 게다가 이렇게 일종의 사전 식으로 많은 [인물(??)]에 대해 개인 이력서 나열 식으로 정리한 책의 경우는 그게 더욱 중요하겠지요. 그냥 막연히 “실낙원에 이렇게 써 있어욤” 이라던가 “요한계시록에 써 있어요”가 아닌 겁니다. 내가 주로 참고한 책은 몇 판 성경이고, “중세의 악마학”이란 건 어디서 나온 건지, 느닷없이 “악마 빙의 사건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쓸 거면 대체 어디에서 그런 기사를 봤는지, 아무리 삼류잡지라도 좋으니 증거를 내밀어야 한다는 겁니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천사와 악마에 대해 썼으니 증거 따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걸까요, 이 편집부는?? 막연히 “전해지고 있다” 라던가 “옛 이야기대로” 라는 말을 운운할 거면 책을 왜 살까요, 인터넷을 놔두고?!

우와, 참고도서 부분만 줄줄 쏟아놨군요. 작가의 견해가 [편자주]를 달지 않고 () 표시만 나온 채 되풀이되는 점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입니다. 이 책 전체에서 어떤 부분은 편자의 견해가 분명한데도 () 없이 쓰여지고, 어떤 부분은 ()를 답니다... 뭐랄까요, 지금 제가 쓰고 있는 글과 비슷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넷 글쓰기요. 189p를 보면 (최초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사실 신이 주가 되는 신앙이 아니었다)가 나오는데요... ....아, 예. 사실 지금도 불교는 그다지 신이 주가 되는 신앙이 아닙니다만. 외부에서 보기에는 신에게 공양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그리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이 분은 한국토착불교와 불교 자체를 뭉뚱그려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이런 건 가로 쳐 놓고, 어떤 건 가로도 안 쳐 놓고. (먼산) 게다가 책 내용을 보면 개념 자체가 불교보다는 도교에 가까운 것도 있는 것 같고...

전체적으로, 그다지 오래 고려해서 만들어진 책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어느 날 기획회의 하다가 갑자기 “요새 이거 인기라데”라는 말 한마디에 6개월쯤 걸려 집필한 듯 합니다. 그리고 가격은 16500원이죠...OTL 이런 철저한 초보자용 책이 어째서 이런 비싼 가격이 책정된건지 모르겠습니다. 참고문헌 목록조차 없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