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의 질주

-<400번의 구타>를 보고-

 

1988년 미국에서 ‘허공에의 질주’라는 영화가 나온 적이 있다. 이야기며, 주제 다 고사하고 ‘400번의 구타’의 드와넬을, 그리고 그가 처한 상황을 보면서 나는 이 제목이 계속 떠올랐다.

드와넬은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환경’에서 자라지는 못한다. 재혼한 엄마와 새 아빠 사이에서 자라며, 엄마는 재혼까지 했으면서 다시 바람을 핀다. 엄마는 드와넬에게 이것저것 시키며 자주 면박을 주고, 나이가 많아봤자 열 살 안팎일 드와넬은 많은 집안일을 하고 산다. 집 안에 그가 홀로 소유할 수 있는 면적은 얼마 되지 않으며, 침대는 문 바로 앞에 놓여 있다. 그렇지만, 이건 비단 드와넬뿐만의 일은 아니다. 드와넬의 친구 르네의 집도 만만찮다. 경마장에 매일 놀러가는 아버지, 알코올 중독 어머니를 두었으며, 심지어 집 안에서 서슴지 않게 담배를 피우는 친구를 보면서 이런 아이들이 많았을 거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나는 영화 전반적으로 드와넬, 그리고 그의 행동에서 그의 심정이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 말이다.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워하며, 인형극을 보러 갈 줄 알며,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 부분에서 아직 어린 드와넬의 모습과 함께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에서 자신을 억누르는 답답한 세상 속에서의 탈출과 어디 하나 마음 둘 데 없는 아이의 마음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그의 엄마가 친절하게 대하며, 반에서 5등하면 천프랑을 준다는 말에 글을 열심히 쓰려 노력한 것도(물론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욕심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감화원에 잠시 들린 르네를 반가워하며 손짓한 것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부랑죄, 절도죄로 잡혀 들어가서 가게 된 감화원에서는 그는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더 이상 자신을 지키게 해주었던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것을 알게 되자, 솔직하게 드와넬은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감화원에 있던 사람이 말했던 조언도 있겠지만, 그가 조금 변했다는 느낌도 들었다. 자신을 믿어주길 바라는 부분에서, 더 이상 구타를 당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일라고 생각한다.

이후 어머니를 만나고, 자신이 조금 변한 것과는 다르게 어른들이 더 이상 믿어주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 감화원에서 탈출하는 드와넬은 해변을 계속 달린다. 달리고 달린다. 그는 어디로 달리려는 걸까. 알 수 없다. 그가 계속 달려가는 이유는 자신이 사랑받고 싶어서이기 때문일 거고, 그러지 못하는 곳에서 도망치고 싶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좀 궁금했다. 영화 속 안에서의 뜀박질이 아닌 드와넬 인생에서 뛰고 있는 이 질주가 성공할 수 있을까. 끝은 있는 걸까. 결국 어른들은 드와넬을 드와넬 그 자체로 인정해주고 사랑해줄까.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은 누가 만드는 걸까. 아이들일까 아님 매정한 어른들일까. 끊임없이 해변을 가로지르며 달리다가 막다른 바다에 도착한 드와넬이 카메라를 말없이 응시하는 장면은(물론 프랑스 뉴벨바그 기법중 하나이겠지만) 사랑받고 싶었지만 어떻게 사랑받는 건지 방법을 잘 모르던 그가 어른들에게 사랑받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나를 가두려 하지 말라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