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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당

붉은 기계는 베이징 고위급 관료, 중앙 정부 부장(장관급)과 부부장, 당 기관지 수석 편집장, 대형 국영 기업의 사장 및 당이 통제하는 기관의 수장들의 책상마다 놓여 있다. 이 암호화된 전화와 팩스 시스템은 당과의 대화가 외국 정보기관과 당 외부의 내국인에게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하 ㄴ장치다. 이 붉은 기계를 소유하는 것은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국가를 운영하는 약 300명의 비밀 클럽 회원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중국 공산당의 비밀> 책 표지는 중국 지도자, ‘THE PARTY’를 그리는데 빨간 색을 쓰고 있다. 중국의 지도부인 공산당에 속해있는 당원이 가지고 있는 붉은 기계와 그들의 국기 등에 착안해서 이 색깔을 쓴 게 아닌가 싶다. 그들에, 공산당이란 조직에 의해 붉게 물든 나라는 책에 나와 있다시피 굉장히 당 위주로 돌아간다. 정치, 국영기업, 상하이, 관료 체제 등 나라의 모든 일과 중요한 직책을 맡은 사람들은 당이 선택하고 당이 결정한 범위 내에서 꾸려진다. 당이 잘못된 선택을 하던, 올바른 선택을 하던 그들은 절대적이고 독단적인 권력을 행사한다.

당과 빅브라더

당은 신과 같다. 보이지도 않고, 접할 수도 없지만, 어디에나 존재한다.

책의 뒤표지에 나와 있는 말이다. 이 두 문장은 책의 거의 모든 내용을 포함한다. 당의 행적을 읽다보니 문득 조지오웰이 쓴 <1984>의 빅브라더를 떠올리게 되었다.

총계참을 지날 때마다 엘리베이터 맞은편 벽에 붙은 커다란 얼굴의 포스터가 그를 노려보았다. 그 얼굴은 교묘하게 그려져 있었다. 마치 눈동자가 사람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 얼굴 아래 ‘빅 브라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물론 둘은 다른 점도 많다. 빅브라더는 1984의 가상적 인물이며, 빅브라더는 당원, 오세아니아에 사는 사람들의 집 안 거의 모든 곳에 텔레 스크린을 두고 있고, 직접적인 행동을 취한다거나, 육체적인 고문을 하지만, 중국의 공산당은 실질적 인물들이며, 세계 인구 1/5의 개개인을 감시하고 있지 않고, 간접적인 행동을 취해서 당의 이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나, 당의 이념과 맞지 않는 사람들을 잠재우려 노력한다. 또한, 육체적인 고문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둘은 비슷한 점이 꽤 있다. 보이지도 않고, 접할 수도 없지만,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전 베이징 대학교 법학 교수 히웨이팡은 이렇게 말했다.

“당은 법적 기반이 결여된 조직이며,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법을 무시하며 헌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

(중략) 당은 결국 베이징 대학교의 히웨이팡 교수에게도 보복을 가했는데, 히웨이팡 교수는 끝없는 정치 논쟁에 지쳐 2008에 교수직은 사직하고 저장 대학교의 법대 학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당국은 저장 대학교에 그의 임용을 철회하도록 강한 압력을 넣었다. 그 후 당국은 그를 신장지방 시헤지 대학의 임시직 교수로 강제 발령해 버렸다. 이는 하버드 로스쿨 교수를 텍사스 주의 이름도 없는 지방대학으로 보내 버린 것과 같은 모멸적인 조치였다.

또한, 당은 당에 대한 치부나 당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에게 육체적 고통보다 더 큰 경제적·사회적 고통을 준다는 점에서 빅브라더와 비슷했다. 그들이 볼 때는 누군가가 당에 대해 부정적인 소리를 할 시, 그것은 곧 반역자이며, 입을 막아버려야 할 대상인 것이다. 당이 이후 『묘비』의 책이 나왔을 때는 방법을 바꾸었다. 저자를 사회적·경제적으로 침몰 시킨 게 아니다. 아예 무신경하게 대처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비밀이란 책을 쓴 저자, 리처드 맥그레거에게도 그의 책을 중국에서 금서로 지정한 것 외에는 해를 가하지 않았다.(물론 해를 가할 수 있는 내부인도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당이 그들에게 자유를 준 것은 아니다. 아예 외면함으로 다른 사람들도 그들에게, 그들의 책에 관심을 갖게 하지 않는 것이다. 당이 행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지, 완전하게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준 것은 아니다.

이렇게 당과 빅브라더는 비슷한 점이 많은데, 그 중 가장 중요한 점은 실질적으로 그들의 지배를 받는 사람들은 그들이 주는 정보만 받을 수 있고, 그들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점이다. 중국이 가지는 불평등은 비단 우매한 국민들만이 아니다, 국영기업과 사영기업 역시 그랬다. 그들의 눈치를 보고 사안을 결정해야 하며, 사영기업을 국영기업으로, 기업들의 고위 인사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당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점이 그렇다.

또한, 두 지배층은 사람들에게 생각을 주입시킨다. 빅브라더는 사상적으로만 주입을 시키고, 당은 공산주의적 사상과 경제사회적인 주입 역시 시킨다. 부패와 횡령, 뒷돈이 넘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산당이 만든 정치제도 때문에 적은 관료비로 하부 조직의 관료는 그보다 상부 조직의 관료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선입견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중국 빅브라더의 미래

중국 안에서는 쉽게 중국의 당 정치제도를 비판할 수 없다. 그들이 막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이 책, 묘비 등을 통해서 외부의 나라에는 중국 정치에 대해 어느 정도 알려져 있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언제까지 중국 국민들이 주석보다는 ‘황제’에 어울리는 태도를 취하는 당을 믿을지는 미지수다. 지금이야 그들의 소득이며, 생활, 일들이 모두 감춰져 있지만, 언제까지 ‘검은 집단’일 수 있을까. 막연하게 자본주의의 체제의 나라에 살고 있는 국민의 입장으로서 중국의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끝없는 부패, 중국 국민들이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권리, 특권층이 당원만이 가지는 부 등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다. 책을 보면서 중국은 정말 공산주의 인가,에 대한 의문을 자아냈다. 당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붉은 사람들의 부를 축적하는데 존재하는 수단은 아닌가, 라고 충분히 비판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공산당과 빅브라더를 비교했지만, 공산당이 사람들의 사상을, 사람들의 경제ㆍ사회적인 부분까지 자신의 뜻대로 만들려 한다는 점에서 빅브라더와 비교한 것이지, 조지 오웰이 <1984>를 쓰던 1940년대와 2010년대는 당연히 다르다. 중국 국민들이 고등 교육을 받고,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를 깨달으면서, 정부가 2+2=5라고 하면, 5가 되는 그런 사회가 되긴 힘들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당의 독단적인 정치가 언제까지 이뤄질지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