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경극에 들어온 이유부터가 남다르다. 소위 말하는 창녀의 아들로 태어났고, 여섯 손가락을 가졌기에 한 손가락을 자르기 위해 심한 고통을 참아야했으며, 어머니에게 버려져서 경극 극단에 들어오게 된다. 아이는 자신의 어미를 닮았는지 남자아이임에도 외모가 곱상하게 생겼기에, 경극의 여자 역할을 맡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남자임을 버리지 못하는 아이는 계속 대사를 틀리고 만다. 결국, 자신의 입 주변에 피가 범벅이 될 정도가 돼서야 자신의 대사를 틀리지 않게 된다. 그리고 도즈는 우희가 된다.

 시투와 도즈는 처음에 시대를 잘 타고 나서 자신들이 배운 경극의 기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된다. 시대에 따라 경극의 유행이 달라지는데, 처음 두 사람이 <패왕별곡>을 연기했을 때는 경극이 활성화된 문화 중 하나였다. 두 사람의 <패왕별곡>은 그 당시에 소위 말하는 대히트를 치는데, 특히나 도즈의 우희 연기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도즈는 단순히 우희를 연기하는 것을 넘어서서 극 안이든 극 밖이든 간에 도즈는 우희가 되버리고 만다. 경극에 미쳐버린(及) 우희. 하지만, 그런 모습에 관객의 입장에서의 주변 사람들은 우희를 떠받든다.(岌)

그렇지만, 도즈와 가깝게 지내던 시투는 조금 달랐다. 시투는 자신이 사랑하던, 책임져야하던 여자가 있었다. 패왕의 연기를 잘 해냈지만, 극 안과 밖을 철저하게 구분하던 사람이었다. 경극에 미쳐서 시투가 결혼한다는 사실에도 질투하던 도즈를 시투는 이해할 수 없었고, 두 사람은 조금씩 멀어지게 된다.

두 사람 사이의 간극과 치솟은 인기로 인한 시투의 변심에 <패왕별희>의 공연에도 차질이 가기 시작하면서 경극을 향한 사람들의 마음도 약간씩 변해가기 시작한다. <패왕별희>역시 마찬가지였다. 경극과 함께 나락으로 빠지는 우희.(圾) 당시 유행했던 아편 흡입과 이전 친일의 행적으로 감옥에까지 가게된다. 몇 번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결국 문화혁명 때, 경극을 아예 놓아버려야 하는 순간이 이르고 만다. 도즈가 우희인데 더 이상 우희가 아니게 되버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경극에서 멀어져, 몇 년이 지난 뒤에야 만난 도즈와 시투. 결국 마지막에 우희 역시 죽고 만다. 경극을 하는 예술가로 진정한 예술에 미친 사람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며 경극에 대한 대단한 사랑을 보여준 그이지만, 어떻게 어떤 것이 그를 그렇게까지 만들었을까, 생각해 본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 버려져서 기댈 곳 없이 경극만 보고 살았기에, 또 그런 도즈를 잘 챙겨주었던 시투가 패왕의 연기를 했기에, 더 경극에 빠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현실 밖 도즈는 사랑해 줄 사람도 없고, 기댈 사람도 없었다. 그런 안타까운 도즈를 향해 조금씩 정을 주는 쥬산이 문화혁명 이후로 죽는 것을 보게 되자 구하려 애를 쓰는 도즈의 모습에서 사랑에 대한 도즈의 갈구를 보여줬던 거라 생각한다. 정착할 곳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곳이 없었기에 우희가 되려했던거라고도 생각한다.

계집아이 하나 말 잘못했다고, 입 속에 피가 나면서도 그 말을 고쳐버렸던 도즈의 모습에서 나는 그의 미친 예술혼과 해내고자 하는 욕심도 보았다. 조금 각도를 틀어 생각해 보면 그의 예술혼에서 나는 그가 극 중의 패왕을 사랑했던 것도 있겠지만, 동시에 우희를 사랑했던게 아닐까도 싶다.

그 당시 중국의 경극과 비슷하게, 지금도 영화와 드라마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도즈와 같은, 우희과 같은 사람이 지금 세상에도 많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 역할을 당시에 했던 장국영도 그런 사람 중 하나여서 더 '우희'의 연기를 잘 하지 않았을까 싶다.

 

 

 

 

1) 왼쪽부터 순서대로 미칠 급, 높을 급, 위태할 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