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감상문 쓰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현학적이고 함축적인 내용이 가득했기 때문에 영화를 절반도 이해하지 못하고 감상문을 써야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베를린의 전경을 흑백으로 보여주며 시작한다. 주인공 천사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천사들의 얼굴과 전혀 다르다. 주름이 자글자글하며, 탈모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중년 남자다. 그가 비교적 보통의 천사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점과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뿐이다.(물론 아이들의 눈에는 보일지도 모른다.) 이런 그는 인간세상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주인공은 천사이지만, 사실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초반에 보여주는 인간의 모습은 가히 힘들고 지쳐 보인다. 통행세를 너무 많이 받는다고 불평하는 사람, 분단에 대한 이야기, 전쟁으로 지친 사람들, 실업문제를 지닌 사람들 등등 많은 사람들의 문제를 내보이고 있고, 또 그 모습을 천사들도 지켜보고 있다.

보통 천사들과 이 영화의 천사가 무엇보다 다른 점은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들이 힘든 생각을 하면, 옆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며 위로 아닌 위로만 해줄 뿐이고, 옆에서 사람이 죽어도 아무 힘 하나 쓰지 못한다.

그 도중에 주인공인 천사는 인간세계에, 또 인간이 가지는 감정에 매력을 느낀다. 인간들처럼 감정을 느꼈으면 싶고, 아팠으면 싶고, 사랑을 하고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느낀다. 하지만 여기서 느끼는 천사의 감정은 사실 아이러니한 부분이 없지 않다. 사랑과 감정뿐만 아니라 인간의 파멸(죽음)마저 본 천사는 자신이 그런 끔찍한 상황을 겪을 수 있는데도 그들이 되길 원한다. 장점, 그 한 부분만 보는 셈이다. 왼쪽이 장점이고, 오른쪽이 단점이라면 왼쪽만 쳐다보는 셈인 거다.

그런 천사의 바람인지 그는 인간이 된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빛을 발한다. ‘아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시작하는 부분이 조금 바뀌어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행동을 했던 부분에서, 자신의 의지를 갖고 행동하는 이야기로 변해있다. 그가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또한 앞부분인, 천사의 욕구가 이뤄지지 못했던 흑백의 장면에서, 천사가 인간으로 변하여 삶의 환희, 절망, 고통, 그리고 사랑까지 다양하게 느낄 수 있는, 욕망이 이루어진 부분에서 칼라의 장면으로 변한다. 그리고 흑백에서 지켜보았던 한 여자와 사랑을 하고, 행복한 결말로 끝이 난다.

영화 뒤에서도 천사는 계속 행복할까. 나는 그 의문에 대해 회의적이다. 좋은 게 있으면 나쁜 것도 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다. 행복이 있으면 불행도 있는 법이다. 행복을 느낄 수 있기에 불행도 감수하고 인간세계에 내려온 천사에게도 곧 행복하지 않은 시간들이 닥칠 것이다. 과연 한쪽 면만 바라본다는 게 정말 좋은 걸까.

독일 영화 밖의 차원에서 살펴본다면, 그 당시의 독일인들에게는 어쩌면 왼쪽의 시선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분란, 실업 등의 혼란한 상황 속에서 암울한 그들이 좋은 쪽을 볼 수 있다면, 사는 건 참 힘든 일이지만, 그 속에서도 나를 살아있게 하는 감정을 느끼면서 살만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왼쪽으로 보는 일이 그들에게 다시 삶의 의욕을 주는 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