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현실이 아니다. 아무리 영화가 현실을 담아내려 애쓴다 해도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픽션(fiction)을 만드는 것이기에 그 속 어느 정도의 꾸며낸 말은 있기 마련이다. 관객들이 더 상황이나 감정 등을 쉽게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해 약간의 과장을 하는 등의 감독의 기술이 들어간다. <자전거 도둑>은 굉장히 현실적이다. 현실'적'이라는 것이지 현실이 아니기에 (교수님이 말씀하셨듯이) 카메라 기술이 굉장히 세련되었거나, 주인공의 상황이나 감정을 더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약간의 과장이 들어간다.

주인공인 리치는 그 시대의 이탈리아 하층 사람들과 같다. 부인 마리아의 도움으로 침대커버를 팔아 저당 잡힌 자전거를 회수할 정도로 가난하다. 이렇게 힘들게 자전거를 구해 일을 잡은 그에게 시련이 닥친다. 자전거도둑놈들이라고, 잡아달라는 그의 외침에도, 3명의 자전거 도둑들이 그의 자전거를 도둑질해버린다.

이것이 첫 번째 감독의 의도이다. 3명과 1명. 누구에게 피해를 본 사람은 다수에게 압도당한다는 것을, 결국 가난은 소수, 혼자 겪는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다수와 소수의 배치도는 여기만 있는 게 아니다.

이후 성당에서도 뚜렷하진 않지만, 어느정도 다수와 소수의 배열이 보인다. 사창가에서도 그 사창가 사람들 모두 도둑의 편이고, 리치의 답답함에 대해선 아무도 알아줄 생각을 않는다. 동네에서 자전거 털이범 1명을 발견했을 때가 다수와 소수의 모습을 크게 보여준다. 리치가 도둑을 잡고 자전거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때, 거의 아무도 없던 동네에서 도둑의 동네사람들이 갑자기 몰려들어 그들을 순식간에 둘러싼다. 그 후 리치의 행동에 대해 증거가 없다는 점, 무고한 시민을 이렇게 범인으로 몰고 가도 되냐는 점을 문제 지으며 거세게 항의한다.

온갖 고난과 현실에 정직해서는 세상을 살 수 없다 판단한, 자전거도둑도 잘 넘어갔는데 나 하나쯤 안 넘어가겠냐는 생각한 그는 자전거 털이를 시도한다. 하지만 실패한다. 그가 남의 자전거를 가져가는 순간, 주인이 나타나고, 주위에 한 명도 없던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나쁜 사람이라 손가락질했기 때문이다.

리치와 그를 제지하는 다수가 나오는 상황들은 그를 비참하고 좌절하게 만든다. 마치 감독이 그 다수들의 의미를 그를 적대하고, 좌절하게 만드는 세상으로 정한 것 같다. 아마 이 부분이 관객들이 크게 주인공의 모습에 동감하고, 안타까워 했으면 하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반대로, 그대로 그를 이해하려는 인물들은 1명씩 나온다. 범인의 집을 조사하며, 리치에게 조언이 될 만한 말들을 많이 해주었던 경찰 공무원, 마지막 자전거 주인공도 그러했다. 이런 배열들로 관객이 그의 상황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영화는 허구이다. 하지만 허구임을 감추기 위해 현실과 가깝게 지으려는 노력 덕분에, 결국 허구이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다 보지 못하는 현실의 상황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고, 현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마치 내가 가본 적도, 가볼 수도 없는 세계 2차 대전 이후의 이탈리아를 보고, 당시 이탈리아 사람들의 마음에 안타까워하는 것 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