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의 신작(..사실 리뷰 쓰기엔 상당히 오래전에 나온 작품이다) 배트맨 비긴즈. 제목에 있듯이 이 영화는 배트맨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배트맨의 시작이라고 하면 어리둥절할 팬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배트맨 시리즈는 이미 오래전에 4편이나 영화화된, 상당한 고전이기 때문이다. 또 고전이라 할만한 전작들이 이미 상당한 인기를 쌓은 후이기 때문에, 이런 제목은 상당한 자신감을 나타낸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그런 자신감을 보이기에 살짝 미흡한 듯 하다. 비록 배트맨 신화의 시작이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부족한 배트맨을 그려냈다지만, 시나리오도 특수효과도 전작에 비교하여 볼 땐 많이 미흡하다. 리얼한 배트카라고 선전하던 차량도 전작들에서 주욱 이어오던 신선한 장비나 기능이 부족하고, 신참 영웅(?)이기 때문인지 장비가 많이 미흡하다. 거기다가 종전의 배트맨이 보여주던 냉철하고 계산된 액션보다는 보다 화려하고 어지러운 액션신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다 화려하고 어지러운(?) 액션신이 있기에 격투 장면은 볼만하다. 하지만 그런 화려한 격투씬도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배트맨 특유의 무언가를 추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더군다나 지극히 서구적인 배트맨에 동양적인 요소를 가미하려 했던 연출은 정말 미스매치라고 생각된다. 또한 아쉬운 것은 배트맨의 또다른 주인공, 브루스 웨인의 캐릭터 설정이다. 무언가 어리버리하면서도 모든 것을 계산에 넣고 있고, 정신분열을 앓고 있으면서도 정의를 위해 힘쓰는 그런 캐릭터가 아닌, 즉흥적이고 아직은 덜 성숙된 듯한 모습의 캐릭터이 아쉬움을 더한다.

비록 캐릭터, 장비, 특수효과에서 재미를 보지는 못 하는 영화이지만, 이 모든 것은 '비긴즈'니까 라는 말로 무마될 수 있다. 처음이니까, 아직 시작이기 때문에 어색하고 미흡하고 덜 완성된 캐릭터와 장비, 특수효과가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이후 나오는 영화에서 이 모든걸 극복하고 좀더 성숙된, 좀더 발전된 영웅으로서 배트맨이 등장한다면, 이 영화는 그 전신으로서 소장가치를 충분히 가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후속작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용두사미의 전형으로서 이 영화 또한 사장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