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아

우리 건이가 태어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고등학생이라니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구나. 삼촌은 건이가 이렇게 건강하고 밝게 자라나서 너무 기쁘단다. 특히 우리 건이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대견스럽단다. 오늘은 영화감독을 꿈꾸는 건이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책이 있어서 이렇게 몇 자 적어본다.

 

우리 건이도 들어보았으려나, 칼 마르크스라고??

못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소련이라는 공산주의 국가가 무너진 이후로 칼 마르크스라는 사람의 생각은 실패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하거든. 하지만 삼촌이 보기엔 그런 판단은 조금은 성급하게 보이기도 하는구나. 어쨌든 삼촌이 오늘 건이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은 박홍순이라는 분이 쓴 <마르크스, 서울에 오다>라는 책으로, 칼 마르크스의 생각을 살짝쿵 엿볼 수 있게 해준단다.

 

총 3권으로 된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그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어려워 어지간한 대학생들조차 읽기를 포기하는 대작이란다. 이런 대작을 건이 같은 학생들도 쉽게 읽을 수 있게 해주는 <마르크스, 서울에 오다>라는 책은 고등학생인 예슬이와 예슬이 아빠가 초대해서 서울에 온 마르크스가 서울의 여러 곳을 다니면서 서로 대화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이 책은 건이와 같은 나이대인 예슬이와 마르크스가 서로의 얘기를 듣고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이고, 얘기의 소재도 명동이나 홍대 등 익숙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얘기들이기 때문에 건이도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이 책은 주로 자본주의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재벌이라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업 형태가 지닌 문제점, 빈부격차에 따른 문제점, TV 중심의 주류 대중문화와 드라마에 담긴 문제의식 등을 보여준단다. 건이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밝혀내는 영화를 찍고 싶어 하니까 이런 내용들이 건이의 생각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야.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쉽게 설명한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라는 책도 있지만 건이 같은 학생들은 이 책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 어려운 용어들도 몇 개 나오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야. 삼촌은 우리 건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건강한 생각과 문제의식을 갖고 사회를 깊이 살펴볼 수 있기를 바란단다.

 

건아,

늘 건강하고 다음번에 만나면 삼촌이 권해준 책이 어땠는지 알려주렴. 잘 지내라.

 

p.s 책은 아빠한테 사달라고 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