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정조대왕의 실체는?

정조 마케팅이란 신조어가 나왔을 만큼 조선시대 부흥기를 이끌었던 이산 정조대왕에 대한 조명이 새롭다. 드라마 <이산>을 통해 대중에게 친숙해진   정조대왕을 역사학자 이덕일이 18가지 키워드로 새롭게 해석했다. 

1776년 3월 10일 즉위한 정조는 신하들을 향해 즉위 일성을 내렸다.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조정은 크게 긴장한다. 하지만 그 후 정조는 사도세자와 관련한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과거로 회귀하는 대신, 미래를 선택했다.
<정조와 철인정치의 시대 1・2>는 500년 조선 역사에서 가장 파란만장했던 정국을 운영하며 학자이자 무인군주로서 만인의 모범이고자 했던 정조의 일과와 그의 곁에서 정국을 이끈 이들, 정조가 꿈꿨던 세상을 역사학자이자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이덕일이 18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기록을 중심으로 나열하던 여타 역사서와 달리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을 중심으로 정조를 바라본다. 정조에 맞선 노론 출신이지만 자신의 야심을 위해 최측근이 된 홍국영과 규장각 검서관으로 발탁돼 학문을 이룬 서얼 출신 박제가, 과거로 회귀해 사도세자를 죽인 증오의 정치 구조를 요구했던 송덕상의 시선을 통해 해석을 시도한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이 자신의 등극을 전제로 했다는 비극을 이겨내고 유교의 철인(哲人) 군주가 되고자 노력했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 나라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과거는 덮어둔 정조였지만 “두통이 있을 때는 등 쪽에서도 열기가 많이 올라오니 이는 다 가슴의 화기(火氣) 때문이다”라고 토로할 만큼 마음속 분노는 이기지 못했다. 저자는 새로운 해석을 위해 노론에 의해 왜곡된 <정조실록>을 비롯해 <일성록> <홍재전서> 등 정조의 저술과 채제공의 <번암집>, 정약용의 문집, 이덕무의 <청장관전서>, 박제가의 <정유집>, 유득공의 <고운당필기> 등 동시대 인물들이 남긴 기록을 참고해 역사의 진실에 다가서려 했다.
책 속에는 정조를 지지했던 남인과 천주교 문제, 정조가 단행했던 문체반정의 배경, 화성 건설 과정 등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TV드라마 <이산>의 인기 속에 정조 관련 서적이 쏟아지고 있지만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필체로 정조의 드라마틱한 생을 서술하고 있다. 

저자 이덕일에 대하여..

현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숭실대학교 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동북항일군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를 시작으로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1~3>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조선 왕 독살사건>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등을 저술했다. <사도세자의 고백> <아나키스트 이회영과 젊은 그들> <이덕일의 여인열전> <거칠 것이 없어라 : 김종서 평전> 등을 통해 생존 당시 주목받지 못했던 비운의 천재나 승자의 역사에 묻히고 왜곡됐던 인물을 찾아내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