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스님이다. 불교의 정적인 듯 한 정서적 흐름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의 마음이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하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멈추어진 물처럼 잔잔했던 적은 얼마나 될까. 항상 머리와 마음은 복잡하거나 지쳐있기가 일상인 것 같다.
그래서 <번뇌로 마음이 소란할 때>라는 책 제목을 보았을 때 마음에 와 닿았다. 지금 나는 번뇌로 마음이 무척이나 소란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번뇌를 다른 사람의 시각을 의식하고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고 하는 것 같다. 태어나서부터 우리는 부모의 사랑, 타인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 반응을 한다고 한다. 이런 자극들이 마음이라는 것, 자아라는 것을 만들어 낸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오면 처리가능한 수준이면 이것을 기쁨이나 슬픔의 프로세스로 받아들인다. 기쁘면 더 기뻐지기 위해서 슬프면 슬픈 사실을 없애기 위해서 다른 자극을 만들어내면서 끝없는 자극의 메커니즘 안에서 뱅뱅 돈다고 한다. 이 프로세스가 깨지는 순간이 있는 데 처리 능력 이상으로 자극이 들어왔을 때라고 한다. 이때 우리는 고통을 느끼고 잠시나마 객관적으로 볼 수가 마음을 있다고 있다.

그래서 번뇌로 마음이 소란할 때가 바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극의 노예상태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번뇌가 결국은 아무것도 아님을 소란스러운 상태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자연적인 상태가 되었을 때 우리의 마음은 평화로워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삶이라는 것이 시작되면서 번뇌도 같이 따라오는 것. 어른이 되어서야 이것을 겨우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이 불공평해 보인다. 하지만 삶이라는 것 자체가 불공평하지 않는가.
자극의 노예상태로 몰아가지 말자. 마음이 지치지 않도록 하자.
나의 인생을 사랑하고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크게 욕심 부리지 말고 만족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살아가는 대로 살아가면서 거기에 나를 제대로 인식하면서 살아간다면 나의 마음에 조금은 덜 소란해지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