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푼북 창작 그림책은 처음이다. 마음이 배부른 책 스푼북이라는 이름이 예뻐서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책이었다. <휘파람을 불면 행복해>에는 서커스단 우랑우탄 실베스터와 어린 소녀 에이프릴의 이야기이다.

모든 생물에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것 같다. 많은 것을 보고 울고 기뻐하고 힘들게 일하기도 하면서 수많은 사계절을 함께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갈수록 안타까워지는 것이 있다. 예전 같지 않은 생명력과 건강이다. 우리의 오랑우탄 실베스터는 서커스단이 인생의 전부인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눈이 나빠 더 이상 서커스단에서 곡예를 부릴 수 없게 되어 쫓겨 났을 때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 막막함. 그 앞에 공원이 있었다.

우리가 사는 마을에 공원은 잠깐 쉬어갈 수 있는 휴식의 장소이며 떨어지는 가을 낙엽을 보며 감상에 잠길 수 있는 벤치가 있는 공간이다. 실베스타는 무작정 공원 잔디 위에서 누워버린다.

상상해보라. 한순간에 오갈 데가 없어져 버리고 더구나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있는 가여운 우리의 친구. 그 앞에 작은 소녀가 나타난다. 에이프릴, 4월의 공기처럼 착한 우리의 또 다른 작은 친구는 실베스타 옆에 있어준다. 그리고 같이 장난을 치면서 서로의 우정을 나눈다.

거기에 무언가 새로운 것이 탄생하게 된다. 한 동물과 한 인간 그리고 작은 새들의 합창이다.
이것으로 실베스타는 마지막 공연무대에 설수 있게 되고 새로운 일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실베스타는 서커스단의 매여 있는 삶보다는 밖에서 누렸던 참다운 자유를 알았기에 망설임 없이 새로운 친구와의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삶을 선택한다.

책을 덮는 순간 행복한 오랑우탄의 웃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행복한 이야기를 담은 좋은 그림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