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 해 유난히 유명인들의 죽음이 많았고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여 개인적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었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 부쩍 잦아지고 강도가 세진 세계 각국의 지진으로 인한 희생자들의 뉴스를 보며 역시 마찬가지로 그들의 죽음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생명이 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은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죽음은 부, 명예 그리고 권력을 가진 자라고 예외를 두지 않고 때가 되면 누구나 맞이할 수밖에 없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죽음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면 과연 죽음 이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직접 사후세계를 가보지 않은 이상 쉽게 결론을 내릴 순 없겠지만 어떤 사고나 재해의 순간에 죽음을 체험한 소위 임사체험자들의 경험을 듣는다면 간접적인 방법이지만 사후세계에 대한 어느 정도의 윤곽은 살필 수 있지 않을까?  

   

   종양학 전문의인 저자는 인류가 오랫동안 가져왔던 죽음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임사체험 연구재단을 설립하여 10년간 1,300명의 죽음을 경험해 보았던 사람들로부터 설문에 대한 답을 받아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과학적이고 일관성 있는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  임사체험을 뇌의 환각일 뿐이라고 사후세계를 부정하는 회의론자들의 반박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증거를 하나하나 제시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동안 종교과정을 통해 인지했던 사실들이 서로 의미 있게 연결되어 감을 느꼈고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도 해소 되는 것 같다.

   임사체험 사례를 보면 공통적인 현상이 목격되고 그러한 현상이 단계적으로 일관성 있게 진행된다는 사실이 참으로 흥미롭고도 신비스럽다. 보통 12단계의 순서를 거치는데 첫째, 의식이 몸에서 분리되는 유체이탈을 경험하게 된다. 자신의 몸을 위에서 내려다본다는 것인데 단순히 내려다보는데 그치지 않고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주변의 의사나 간호사와의 대화를 듣거나 가족들의 울부짖는 모습까지 목격하고 심지어는 심폐소생술이 진행되는 동안 병원 밖의 다른 장소에 있는 물체까지 보고 온다고 한다.  둘째, 평소보다 의식이 더 또렷해지고 집중력이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셋째, 감정이나 느낌이 매우 격렬하고 대체로 긍정적이다. 임사체험자들은 완전한 평화와 행복, 따뜻함, 안전함, 기쁨과 같은 형언하기 힘든 감정들을 한꺼번에 느꼈다고 한다. 넷째, 터널로 들어가거나 터널을 통과한다. 터널의 벽은 부드럽고 터널의 끝에는 밝은 빛이 비친다고 한다. 다섯째, 신비롭거나 눈부신 빛과 만난다. 그 빛에 가까이 가고 싶은 열망을 느낀다고 한다. 여섯째, 죽은 친척이나 친구들과의 재회이다. 흔히 잘 때 꾸는 꿈과 달리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 죽은 이들과 만난다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일곱째, 시공간의 개념이 달라진 느낌이 든다. 빛 속에 있는 동안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한꺼번에 일어나는 듯 했다는 증언이다. 여덟째, 주마등처럼 지난 삶을 회고한다.  자신의 삶속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고 한다. 아홉째,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장소로 가보았는데 비현실적인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고 한다. 열 번째, 우주의 온갖 비밀과 모든 시간 그리고 모든 것에 관한 지식을 알게 된다. 열한 번째, 삶으로 되돌아가는 것과 계속 죽음으로 빠지는 것,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계에 도달한다. 열두 번째, 자의든 타의에 의해서든 자신의 몸으로 돌아온다. 어떤 존재가 위엄 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계속 그 곳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결국 되돌려 보내지고 만다.

   임사체험자들의 경험이 모두 사실인지 아니면 환각인지 나로서는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의 독립된 증언이 거의 일관성이 있고 특히 죽음에 대한 정보가 미숙한 어린이들의 체험 역시 어른들의 것과 동일한 요소가 담겨 있다는 사실은 자못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는 임사체험이 기존의 문화적 영향이나 신념체계, 삶의 체험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임사체험자들은 그 체험으로부터 삶에 있어서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를 ‘잔존효과’라 부르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치와 믿음, 인간관계의 변화까지 포괄한다.  체험자들은 자신감이 늘고 물질적 소득이나 지위에 대한 관심이 줄고 삶의 의미를 더 가치 있게 평가하고 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 삶의 목적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체험자들이 종교 활동에 더 적극적이고 헌신적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재평가를 해서 자신의 가치관과 충돌할 경우 직업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이다. 주변의 사람들과 긍정적이고 애정 어린 관계를 맺고자 하며 인간관계에서 배려와 공감이 많아진다고 한다.  장기간의 임사체험 연구를 통해 죽음, 그 이후의 삶이 결코 부정적이거나 공포의 이미지가 아닌 것 같아 일단 마음이 놓이며 현재의 삶이 이후에도 연결 된다고 하니 좀 더 사람들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하고 이 세상에서의 삶의 목적이 무엇일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