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었던 소녀

 

 

2015년 11월, 동녘 출판사가 가수 아이유(IU)의 신곡 'ZeZe'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서 롤리타 컴플렉스와 관련된 논쟁이 시작되었다. 해당 신곡의 뮤직비디오에는 롤리타(소아성애자) 컴플렉스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클리세가 포함되어 있으며, 지금까지 아이유의 활동현황을 돌이켜보니 롤리타 컴플렉스를 연상시키는 의상, 안무 등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왔다는 의견까지 나타났다. 해당 문제는 아티스트의 '표현의 자유'와 '윤리적인 문제'의 팽팽한 대립으로 이어졌으며, 결국 동녘 출판사의 사과로 인해 문제는 일단락되고 말았다. 그리고 해당 논쟁으로 인해 소설 「롤리타」의 판매량이 늘었던 것으로 기억하기에, 이 문제의 최종 승자는 아이유도, 동녘 출판사도 아닌 「롤리타」의 저자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티스트의 표현의 자유는 다양한 자유를 함의한다. 그렇기에 어떤 면에서는 윤리적으로 허용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자유까지도 허용하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자유를 표방하면 대중의 혹독한 질타를 받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을 포용하고자 하는 사상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은 기존의 윤리적인 기준의 틀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윤리라는 것은 인간 공동이 동의하고 있는 암묵적인 규율이기에, 우리 모두의 생각이 달라진다면 그 윤리 또한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양성의 자유를 무한정 허용한다면 개인의 성적 자유를 인정해주어야 하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소아성애자의 성적 자유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말도 안되지만 무시무시한 결과가 도출되게 된다.

하지만 소아 성폭행의 경우 피해자의 대부분이 자신이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기에 소아성애자에 대한 처벌이 더욱 엄중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일반적인 사고가 가능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행위가 인도적으로,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기에, 소아성폭행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사건에 비해 더 많은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해당 문제에 대한 대중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세계 곳곳에서는 암암리에 혹은 공공연히 소아 성폭행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호주 제 1의 범죄소설가 마이클 로보텀의 신간 소설인 「내 것이었던 소녀」 역시, 1982년 실제로 호주에서 발생했던 리네트 도슨 실종사건을 토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 조 올로클린은 파킨슨병에 걸린 바스 대학교 심리학과 시간강사다. 그는 병원 문을 닫은 후 별거 중인 아내 줄리안의 전화를 받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집에 도착한 조 올로클린은 줄리안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의 큰 딸 찰리의 가장 친한 친구인 시에나가 피투성이가 된 채 찾아왔고, 줄리안은 피투성이가 된 시에나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게 되었다. 그리고 시에나는 줄리안의 비명소리에 놀라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무언가 불안한 감정을 느낀 조 올로클린은 시에나를 찾아 길을 나서게 되고, 강변에 쓰러져 있는 그녀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시켰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몇 시간 뒤 전직 경찰이었던 시에나의 아빠 레이 헤거티가 자택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었으며, 그의 옷에는 시에나의 지문이 찍혀있었다. 그리고 정황상 모든 증거는 그녀가 그녀의 아버지를 살해한 유력한, 아니 유일한 용의자라고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다. 이번 살인사건에는 이면에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있는 것 같다. 어둠 속에 감춰져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그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산산이 부셔졌던 조 올로클린이 수사에 착수한다.

사실, 마이클 로보텀의 소설을 읽다보니, 2011년에 장혁이 주연을 맡은 「의뢰인」이란 영화가 은연 중 머릿속을 지나갔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해당 영화 역시 살인사건의 모든 정황이 장혁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혁이 무죄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변호사 역을 맡은 하정우가 동분서주하였고, 결국 법정에서 장혁의 무죄를 입증받기에 이른다. 그 뒤에 이어지는 반전은 필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정도로 소름끼쳤다. 비록, 「내 것이었던 소녀」은 영화 「의뢰인」과 지향하는 결말은 달랐지만, 마지막을 향해 치닫는 과정은 그 어떤 스릴러보다 긴장감을 유발하게 만들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긴장감으로 위장한 분노감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분노가 치솟는다. 물론, 작가가 아닌 작품의 내용이 유발하는 분노이다.

마지막으로 소설 「내 것이었던 소녀」를 완벽하게 즐기기 위해선, 이 소설의 전작인 「산산이 부셔진 남자」를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 역시 「산산이 부서진 남자」를 읽지 않고 해당 소설을 읽어서인지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 조 올로클린 교수의 진정한 매력을 완전히 느끼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전작인 「산산이 부셔진 남자」를 통해 왜 조 올로클린이 산산이 부셔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인지했다면, 「내 것이었던 소녀」에서 그가 필사적으로 사건에 매달리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적이고 강렬했던 「내 것이었던 소녀」. 그리고 이러한 걸작을 창조해낸 마이클 로보텀. 「내 것이었던 소녀」가 출간된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건 필자뿐일까? 그만큼 그의 소설은 인간 본성을 파고들만큼 매혹적이다.

* 해당 서평은 '북로드 스토리콜렉터'로부터 도서를 증정을 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내것이었던소녀, 마이클로보텀, 북로드, 스토리콜렉터, 의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