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 미츠키 린(美月りん)은 제18회 전격소설 대상에 응모해 최종 예선까지 진출했습니다.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응모작에 대한 평가가 좋았는지 2013년 1월 전격문고에서 내 천사는 연애 금지!(俺の天使（アイドル）は恋愛禁止!)라는 작품을 출간했습니다. 아직 2권까지 밖에 나오지 않아 작가로서의 역량은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네요.

표지와 삽화를 그린 아카타 이츠키(亜方逸樹)는 성인용 게임 브랜드 Q-X 소속의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게임 원화만 그렸는데 요즘에는 라이트노벨 삽화와 같은 전연령 외주 작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드래곤 크라이시스(ドラゴンクライシス!; 키자키 카야 지음) 시리즈와 내 천사는 연애 금지!(俺の天使（アイドル）は恋愛禁止!; 미츠키 린)가 있습니다.

 

전 국민에게 등급이 매겨진 근미래의 계급 사회. 고등학교 2학년인 사토 토와는 최하위인 C등급으로 생활 능력이 없는 아버지를 돌보며 희망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의 유일한 낙은 인기 절정의 아이돌 그룹 '7대 천사소녀'의 맴버 유리링을 응원하는 것.

그러던 어느 날, 아이돌 빰치는 외모와 음악 실력을 가진 소녀 오노데라 소피아가 같은 반으로 전학을 오면서 토와의 밑바닥 생활은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

 

 

2013년 1월 일본에서 1권이 발매될 때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작품입니다. 평가가 좋으면 정발되겠지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나왔네요. 일본에서도 8월 10일에 2권이 발매된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표지만 보면 인기 아이돌과 알콩달콩한 연애를 하는 가벼운 러브코미디인 것 같지만 의외로 세계관이 암울합니다. 이게 이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노령화가 가속되면서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국가를 지탱해야 하는 실질 노동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자 정부는 모든 사회 시스템을 '사회 공헌도'를 기준으로 리셋합니다. 지갑이 두둑해 국가 경제에 기여도가 높은 부유층에게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A클래스를, 뒤를 받치는 중산층은 B, 마지막으로 돈도 능력도 없는 빈곤층은 C클래스를 매겨 최소한의 사회 생활만 가능할 정도로 지원해 주었습니다. 초기 자본주의 체제보다 더 지독한 금전만능 계급 사회가 형성된 셈이죠. 경제 능력이 없는 학생들은 개개인의 능력을 평가해 사회 공헌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우수한 학생들만 지원하는, 학교에서도 철저하게 계급을 나눠 그에 맞는 교육과 대우를 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예를 들어, C클래스인 주인공은 지금되는 포인트가 적어 매점의 싸구려 빵으로 점심을 때우지만 A클래스 우수생들은 비싼 스테이크와 고급 디저트를 마음껏 먹을 수 있고(후에 국가에 이바지할 체력을 비축한다는 명목으로), 스마트 폰 데이터 사용량도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되어 주인공이 데이터 부족으로 인터넷 검색을 제대로 못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건 좀...) 더구나 부모의 경제 능력의 영향도 받기 때문에 현실에서도 볼 수 있는 부의 대물림이 꽤나 '아프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정말 기분 나쁜 세계관이죠.

사회 공헌도에는 스포츠나 엔터테인먼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돌이 되어 전국적인 인기를 얻는걸 신분 상승의 기회로 여깁니다. 여기에도 계급이 적용되어 '7대 천사소녀'라는 최상위 클래스, 그 일곱이 되기 전 단계인 93명의 천사 후보생, 그리고 그 후보생을 목표로 하는 수많은 소녀들이 있습니다. 천사 후보생만 되도 클래스가 바뀌기 때문이죠. 내용 누설이 있어 자세히 적을 수 없지만 제목에서 천사를 아이돌(アイドル)로 표현한 것은 주인공과 히로인의 목표, 그것과 엮일 (것으로 예상되는) 운명을 암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대충 지은 제목은 아닌 것 같더군요.

책의 전반부는 이런 암울한 세계관을 설명하고 주인공이 어떻게 차별받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오노데라 소피아라는 숨은 진주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아이돌 마스터로 바뀌는데(농담 아닙니다.) 여기서부터는 호오가 갈릴 것 같더군요. 주인장은 독특한 세계관을 맛보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아직 신인이라 어색한 전개가 간간히 보였고 결정적인 장면에서 감정을 제대로 끌어올려 주지 못했지만 이 정도면 다음 권을 기대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세계관부터 취향을 탈만한 작품이니 다른 감상들도 읽어 본 다음에 선택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