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 이시부미 이치에이(石踏一榮)는 1981년생으로 치바현 출신입니다. 2005년 후지미 쇼보가 주최하는 제17회 판타지아 장편소설 대상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며 라이트노벨 작가가 되었으며 지금까지 후지미 쇼보에서만 책을 내고 있습니다. 대표작은 일본 최고의 가슴 소설이라고 불리며 애니화까지 되었던 하이스쿨 DXD(ハイスクールD×D).

 

표지와 삽화를 그린 미야마 제로(みやま零)는 오사카에 살고 있는 게임 원화가입니다. 마야 제로미(まやせろみ)라는 펜네임으로 게임 시나리오도 쓰고 있으며, 상업용 일 외에 Stray Moon이라는 동인 서클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03년부터 성인용 게임 원화를 그렸으며 이차원 드림 노벨을 거쳐 요즘은 전연령 라이트노벨 삽화 작업도 간간히 하고 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하이스쿨 DXD(ハイスクールD×D; 이시부미 이치에이 지음)와 오다 노부나의 야망(織田信奈の野望; 카스가 미카게 지음) 등이 있습니다.

여자를 밝히는 고등학교 2학년 효도 잇세이는 꿈에도 그리던 여친을 사귀게 되었습니다. 기대에 부푼 첫 데이트. 연인이 된 아마노 유우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공원에서 헤어지기 직전, 유우마는 자신을 위해 죽어달라는 엄청난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창 같은 것을 꺼내 잇세이의 가슴을 찌르는데...

2008년 9월에 1권이 발매되어 서서히 인기몰이를 한 후 2012년 1월 애니 방영 전까지 누계 86만부를 달성한 인기작입니다. 원작은 2012년 8월 현재 12권째 롱런하고 있습니다. TVA의 경우 노출은 심하지만 여타 다른 눈요기 애니보다 구성이 탄탄해 분기 판매량 순위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잘 나가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무난하게 2기가 제작될 것 같네요. 애니 뿐만 아니라 후지미 쇼보 계열 드래곤 코믹스에서 만화 단행본이 몇 권 나와 있습니다. 후지미 쇼보에서 꽤 밀어주는 분위기.

 

작품의 배경은 천사와 악마, 타천사가 전쟁을 벌여 각자 큰 피해를 입은 후 소규모 분쟁으로 서로를 견재하고 있는 현대 사회입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 후 강대국 중심으로 이념이나 국가간의 이해로 편을 갈라 특정 지역에서 잽을 날리는 현실과 별 다를게 없죠. (물론 심각하게 국제 정세를 투영한 작품은 아닙니다. ^^) 여기에 성경의 세계관을 모티브로 각국의 신화를 두서없이 섞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앞서 정발된 캄피오네와 비슷한 작품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각 세력의 계급 구조와 주요 캐릭터 이름, 이능 속성에만 신화의 그것을 차용했을 뿐, (야겜에 많은) 지역 제압형 시뮬레이션 게임같은 전개에 뉴비 주인공의 섹스러운 성장기를 적당히 버무렸습니다. '섹스러운'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초반인데도 이쪽 매체에서 볼 수 있는 야한 시츄에이션은 다 나왔고, 기껏 악마로 전생한 주인공이 목표로 한다는게 힘을 키워 천계를 손아귀에 쥔다는 권력욕...이 아니라 종족에 상관없이 미소녀면 무조건 OK인 거대 하렘 군단이기 때문입니다. ㅡㅡ; 여기에 세움직한 삽화가 지원사격을 확실하게 해 주지요. 기브 업이나 열등용사의 귀축미학 같이 요즘 정발된 라이트노벨도 꽤 벗는 추세지만 미야마 제로가 그린 삽화의 노출은 그 격이 다릅니다. 워낙 이쪽에 특화된 작가라 그런지 유X에 톤까지 써가며 그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성인물 딱지 안받은게 용하네요.

 

이야기가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이 죽는게 특이하긴 했지만 이쪽 매체에서는 워낙 흔한 전개라(이때 히로인이 살려주고, 그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근처에서 살아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동거하는 식...라이브러리에 가까운 클리셰죠.) 주인장에게는 별 감흥이 없더군요. 이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건 메인이라 할 수 있는 리아스 그레모리보다 수녀 아시아의 플래그가 훨씬 빨리 세워졌다는 점. 그래도 첫 권인데 본처라고 할 수 있는 처자를 좀 띄어줄 줄 알았는데 가차 없더군요. 역시 "햄버거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인 줄 몰랐어요." 하면서 해맑게 웃는 천연계는 무적입니다. :)

 

기대했던 만큼의 뭔가는 아직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가슴 얘기도 많이 안나왔어요. (권수 더해질수록 이쪽 수위는 높아진다고 하니 기다려 봅시다.) 캐릭터의 심리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서술하는 방식이라 작가가 글을 잘 쓴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변태라도 필요할 때 '제대로' 진지해지는 주인공과 겹치지 않은 매력으로 선택을 폭을 넓혀주는 미소녀 라인, 주인공의 성장에 중점을 둔 소년 만화적인 열혈 전개, 야겜 부럽지 않는 찰진 삽화, 나중이 기대되는 세력 간의 큰 밑그림 등 긴 호홉의 스타트 라인으로는 괜찮은 구성이었습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갈수록 창대해지는 작품이라고 하니 계속 따라가 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