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시리즈 1부를 읽은 사람이라면 2부를 볼 수밖에 없을 터, 2부가 나오자마자 재빨리 사서 읽었다.

내가 아는 반사회적인 인간에는 미국드라마 [닥터하우스]의 하우스박사-지금은 너무 호전되었긴 하지만-,

[달과6펜스]의 스트릭랜드가 있다. 자 그리고 이제, 내가 ‘밀레니엄’에 손을 댄 이상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빼놓을 수 없게 됐다.

2부에서 26살이 된 이 소녀(?)는 150센티미터의 작은 키에 깡마른 몸을 지니고 있어 언뜻 보기에는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절대 그녀를 애취급하고 얕봐선 안 된다. 요즘처럼 뭐든지 전산화되어있는 정보화 사회에 그녀는

못하는 것 빼고 다 알아낼 수 있는 컴퓨터 도사 ‘천재 해커’니까. 게다가 힘은 없어도 몸은 엄청 날렵해 자신의 두 배가 넘는

거구의 남자들도 쓰러뜨릴 수 있다.(그녀에겐 호신용 스프레이와 전기충격기가 있으므로.)

가장 중요한 점, 억울하게 당하는 건 절대 못 참는 성미라 적수가 안 될 것 같은 상대라 할지라도 목숨이 붙어있는 한

끝까지 공격해 기어이 처단을 하고야 만다는 것. 인정사정 안 봐주는 '완죤' 독한 사람이니 절대 섣불리 건드리지 말 것.

 

밀레니엄 1부[여자를증오한남자들]이 남자주인공 ‘미카엘’에게 약간 치중되어있었다면,

2부는 그야말로 리스베트를 위한(?), 리스베트에 의한, 리스베트의 이야기다.

13살의 나이에 그녀가 왜 정신병원에 갇혀야 했고 법적무능력자로 취급됐는지, 왜 세상 모든 사람들-그녀의 엄마를 제외하고-

에게 저주를 퍼붓고 살아가게 됐는지, 그녀의 놀랍고도 슬픈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밀레니엄 1부 역시 정말 재밌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버린 작가

‘스티그 라르손’에게까지 애착을 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2부를 접하고 그 ‘애타는’ 마지막장을 읽고 난 후 나는

한 사람의 독자로서 위대한 작가를 잃어버렸다는 것이 그렇게 애통할 수가 없었다.

아!! 얼마나 다행인가, 3부까지라도 완성했다는 것은!(원래는 10부작을 계획했다고 한다.)

2부까지만 쓰고 그가 쓰러졌다면, 그래서 이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버린다면? 절대 안 될 말씀!

(내가 왜 이토록 오버를 하는지 읽어보신 분들은 이해할 거라 믿는다.;;)

 

1부에서도 꽤 많은 등장인물 때문에 이름을 외우고 인적상황을 (대충이라도)기억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2부에서는 (이런!)훨씬

더 많은 인물이 출동해 정신이 없게 만든다. 1부의 조주연이 그대로 나오고 거기에 더해 새롭게 등장하는 악당과 경찰들까지.

중요한 인물이 아닌 것 같은데도 작가는 그들 하나하나에 세심한 정성을 쏟아 모두가 자신의 스토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지치기하듯 흥미롭지 않은 인물들에 대해서는 대충 흘려 읽고 싶은 충동을 느끼다가도 시종일관 지속되는 모든 인물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나로 하여금 모든 이야기를 성실하게 읽어나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물론 마음이 급할 때는 울상을 짓기도 했음을

고백한다.) 각자의 사연을 지닌 수많이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복잡하고 거대한 스토리 안에서 작가는 결코 길을 잃거나 헤매는 법

없이 다양한 매력을 뽐내며 이야기를 완성시켜 나간다. 언젠가 자신의 소설이 영화화 될 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인지 그는 서로 다른

두 씬을 짧은 간격으로 교차 편집하는 방식을 곧잘 사용하며 생동감을 살리고 있는데 - 하나 둘씩 밝혀지는 비밀 앞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데 아주 효과적이었다. 아, 다시 한 번 천재 작가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파온다. 

이 천재적인 작가가 만들어낸 천재 소녀 ‘리스베트’의 미소를 볼 수 있기를 바라며 3부를 기다린다.

밀레니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