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설을 탐독 중인데 이제서야 박완서와 만났다.

막연히 푸근하고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일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글은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웠으며

우리 사는 얘기를 그대로 하고 있으면서도

통속적이거나 가볍지 않았다.

그의 많은 소설 중에서 이 책을 첫 작품으로 고른 것은

제목 탓이었다.

작품은 제목에 나와 있는 두개 이외 '서울 사람들' 이란 제목의

단편이 더 실려 있다.

한말씀만 하소서- 아들을 잃은 박완서의 일기를 작품화한 한것이다.

애시당초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쓴 것이 아니라

그녀의 고통을 일기로 적었던 것이

나중에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이라고 한다.

세상에 많은 아픔 중에 자식을 먼저 보낸 아픔이야 말로

세월이 장사라는 말을 무색하게 하는

잔인한 고통일진대

박완서 역시 보통의 어머니로서

느낀 처절한 고통을 독자마저 울게 하는 절절한 문장으로 잘 나타내고 있으며

작위적이지 않은 치유 과정을 섬세한 필체로 그려내고 있다.

그녀가 소설가로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숙명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기도 했으며

소설작가를 꿈꾸는 나에게

반성과 용기를 함께 느끼게 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토해내지 않고 배길 수 없는- 가슴에 꽉찬 소망과 불만,아픔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나머지 두 작품은 드라마에서도 볼 법한

흔한 소재였는데

우리네 속물적인 계산법을 들여다보게 하는 점에서

단순한 재미말고도 생각을 하는 작품이었으며 항상

마지막은 인간에 대한 작은 희망과 기대를 엿보게 함으로써

씁쓸하지만은 않은 결말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