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오래된 동네나 골목을 찾는 사람들이 많네요. 도시화가 많이 진행되면서 대표적인 주거 형태도 아파트로 바뀌었는데 아마 옛 동네 분위기를 처음 느껴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오래된 가게들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슈퍼마켓이나 서점, 세탁소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헌책방만 모여 있는 동네도 있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간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다 읽은 책을 갖다 팔거나 새책 살 돈이 없어서 헌책방에서 책을 골랐을텐데 요즘 인터넷 서점에서 하는 현대적이고 깨끗한 중고서점과는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네요.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 밀려 동네 서점이 거의 사라지면서 헌책방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생각이 듭니다. '나의 작은 헌책방' 의 저자는 일본의 작은 도시에서 헌책방을 운영해오고 있는데 작은 헌책방에서는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저자가 헌책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네요.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했지만 좋은 회사가 아니어서 조금 다니다가 그만두게 되었는데 그만둔 그날에 헌책방을 하기로 결심하고 바로 동네 부동산을 찾아갑니다. 이제 막 20대가 되었는데 베이커리, 꽃집, 옷가게 등 밝고 회사한 느낌의 가게들이 많지만 낮에도 약간 어두침침하고 오래된 책으로 둘러싸인 곳에 나이가 많은 아저씨가 할아버지가 지키고 있을것 같은 헌책방을 시작하게 되었네요.

 

처음에는 저자가 가지고 있는 책을 진열해 놓았는데 헌책방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많이 찾아보지도 않았고 가게 운영 경험도 없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길을 오가다 한두명씩 찾아주고 손님들의 책도 매입하면서 조금씩 틀을 갖추어가기 시작하네요. 그러면서 귀여운 고양이와 거북이, 그리고 이끼 등 헌책방을 같이 하는 가족들도 늘어났습니다.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아이들이 헌책방에 놀러와 할머니집 같다고 얘기할 정도로 편안하게 느꼈을때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요.

 

헌책방을 연 것도 독특하지만 이끼에 대한 책을 쓴 것은 더 독특하네요. 이끼는 비가 온 날 숲 속이나 바위 틈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고 그나마 요즘은 대부분 콘크리트로 덮여 있다보니 언제 이끼를 봤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저자는 산으로 들로 이끼를 찾아 떠나기도 하고, 그렇게 가져온 이끼를 자신의 헌책방에서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네요. 어떻게 하다보니 이끼 책까지 쓰게 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대단한것 같아요.

 

20대에 헌책방을 시작했는데 벌써 20여년이 지났다고 합니다. 그동안 헌책방 이사도 했고 동네에서 꾸준히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아졌네요. 헌책방 자체로는 수익이 나지 않아 밤에는 우체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었는데 계속 헌책방을 하는 것을 보면 책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다음에 기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한번 헌책방에 찾아가서 고양이와 거북이도 보고 책도 한권 사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