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시간에 중국을 다룰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사람이 이백과 두보입니다. 두 사람 모두 당나라의 시인인데 삶과 시에는 각각 차이를 보이지만 이들이 남긴 시는 현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암송할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네요. 중국어 원래의 시는 운율을 맞추고 일정한 형식이 있기 때문에 한국어로 번역한 시 말고 중국어 자체로 이해할 수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백과 두보 외에 도연명도 유명한 시인 중 한명입니다. 이들의 시는 중국 문학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만큼 이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도연명의 유산' 에서는 도연명이 남긴 시를 통해 도연명의 삶을 조망하고 있습니다.

 

도연명은 재야에서 자연과 벗삼아 살아간 시인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시를 보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세상의 부귀영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것 같네요. 하지만 도연명은 입신양명의 꿈을 품고 관직에 나아갔으나 하급 관리를 전전하다가 유명한 귀거래사라는 시를 남기고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만약 관직 생활이 잘 풀려서 계속 승진하였다면 오늘날의 도연명은 없지 않았을까요.

 

저자는 처음부터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 도연명의 시에 대해 강의한 것을 엮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례에 상관없이 각각의 주제별로 내용이 독립적이어서 어디를 먼저 읽어도 크게 상관이 없네요. 그동안 알고 있던 이미지와는 달리 도연명을 100여개가 넘는 주제로 보면서 그동안 몰랐던 부분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도연명의 시가 어떻게 변해갔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네요. 젊은 시절에는 관직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 입신양명을 꿈꾸면서 이러한 느낌이 시에도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관직에 회의를 느껴 자연으로 돌아가기로 하면서 유명한 귀거래사를 쓴 이후 변화가 나타나네요.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쌓이고 세상의 일에 초연해지면서 사람보다는 자연에 더 신경을 씁니다. 도연명이 살았던 시대를 저자는 '정글의 법칙' 이 지배한다고 할 정도로 약육강식의 시대였는데 이러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연명도 '버티기' 를 하면서 스스로 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도연명의 선택은 자연이었네요.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화유산은 오늘날의 유럽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것처럼 중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 나라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중국의 문화를 아는 것은 우리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문학 시간에 잠깐 배우는 정도로 넘어갔었는데 이번에 도연명에 대해 자세히 읽게 되면서 한시에도 관심이 가네요. 이백과 두보에 대해서도 찾아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