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도입부에서 이미 줄거리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짐작하게 해주는 복선이 많이 깔려 있어서 책의 전체 내용을 예상하고 파악하기는 쉬웠으나, 평소 모파상의 <<자살>>을 좋아하는 단편소설 중의 수위로 놓고 있던 나로서는 또 하나의 자살에 관한 책을 접하게 되어 인간 본성에 대한 또다른 성찰의 기회를 갖게 된 듯 하다.

숙부에 의해 생긴 인간 본성에 대한 지독한 회의, K라는 자신의 친구를 죽게 한 자신의 비열한 행동에서 자신이 싫어하고 비판하던 인간 본성을 발견하고 자신조차 싫어한 채 수십년을 남들과 어울리지 않고 주변인으로 살며 과거의 그림자에 묶여 나아가지 못하던 선생님의 모습, 자신이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살밖에 없다고 단정 짓고 자살을 하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사랑하는 부인에게만은 진실을 알리기를 싫어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책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도 나에게 인간의 양면성을 잘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