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쓴 작은 교회 탐방서 <배부르리라>
국민일보 이태형 전 종교부장, 작은 교회 탐방서 출판 
 
"김 목사님, 지금 보령에서 목사님 한 분을 만났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지금 대전으로 이동중입니다."
 

이태형 부장(나는 그를 그렇게 부른다. 국민일보 종교전문기자와 종교부장을 거쳐 기독교연구소장을 지냈지만 여전히 나는 그를 부장으로 부른다.)이 흥분되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작은 교회를 탐방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나는 그와 함께 서초교회 김석년 목사가 이끄는 패스브레이킹연구소 후원모임에 참석했다. 작은 교회를 돕는 사역이다. 그곳에서 나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잔잔한 간증을 들었다.
 

1년에 개척교회가 3천 개씩이나 문을 닫는다는 통계가 말해주듯 이 땅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사람이 그리운 목회를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들을 격려하고 도우면서 하나님이 주신 목회자의 사명을 즐겁고 행복하게 감당해가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는 올 한해 동안 휴직 중이다. 단순히 건강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펼쳐갈 하나님의 놀라운 인도하심을 기대하면서 재충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생각에서 기꺼이 휴직계를 냈다고 했다.
 

올 봄, 이태형 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패스브레이킹연구소로부터 모델이 될만한 작은 교회들을 탐방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몇 달 전에 썼던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는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희망의 찬가를 속으로 부르면서 80퍼센트가 넘는 이 땅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을 격려하고 싶어했다.
 

"작은 교회 목사님들이여,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들풀처럼 누룩처럼 질긴 생명력으로 한 영혼 한 영혼을 돌보는 그들에게 그는 그렇게 외치고 싶어했다.
 

이 부장은 충남 보령을 시작으로 대전으로, 전남 고흥 거금도로, 강원도 화천으로 다니면서 십 명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을 만났다. 한 분 한 분을 만날 때마다 은혜와 감동이 있었다고 했다.
 

"책의 제목을 '배부르리라'라고 하기로 했어요. 처음 들으면 좀 생뚱맞게 들릴 수 있지만 몇 번 읽으면 친근감이 있고, 정말 배부른 것 같은 마음이 들어요." 그랬다. 처음에는 작은 교회 이야기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제목 같아 보였지만, 몇 번 소리내어 읽어보니 친근감 있게 다가왔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예수님의 산상수훈 팔복 중에 한 구절을 차용한 것이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 그들은 목마른 사람들이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한 영혼에 목마른 사람들, 경제적으로 목마른 사람들, 사역에 필요한 자원에 목마른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목마름은 그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공동체를 세우고 돌보기 위한 목마름이다.
 

드디어 <좋은 생각> 출판사에서 <배부르리라>는 책이 나왔다. 우리는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만나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가 건네준 책을 받아 읽기 시작했다. 그가 설레는 마음으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녔을 그 기분을 나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이 땅의 작은 교회는 정겹고 아름다운 동산이 아닙니다. 치열한 삶의 현장입니다.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해에 약 3,000개의 교회가 사라진다고 헙니다. 사라지는 교회는 대부분 작은 교회입니다. 매년 이 땅에서 무려 3,000개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십자가를 내린다는 말입니다. 누가 뭐래도 '교회는 세상의 희망'이 되어야 하는데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절망 속에서 사명의 길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그가 서문에 쓴 글이다.
 

그는 계속 글을 이어간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대안은 무엇입니까? 저는 작은교회 자체에서 대안을 찾고자 합니다. 그 안에서 희망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별똥처럼 반짝하고 사라지는 수많은 작은 교회들이 있는 반면 작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작은 교회들도 즐비하기 때문입니다. 감상적으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실제로 돌아본 작은 교회들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열 개 교회들은 지역의 목민센터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다. 목회자들은 지역민들의 선한 목자가 되어 신불신간에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었다. 영원한 아웃사이더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은 목회자들, 오히려 그들은 작은 교회를 섬기고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주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농사도 짓고, 고장난 전자제품도 고쳐주고, 교회당 한 칸을 장례식장으로 내주고, 노숙자와 장애인들과 함께 공동체를 일구어 갈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지역주민과 한 몸이 되어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몸소 체험하며 주민들을 품고 목회를 하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한국 교회는 문턱이 생겼다는 말이 나왔다. 문턱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누구나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문인데, 문턱이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교회와 세상이 담을 쌓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문턱이 높아갈수록, 담을 높이 쌓을수록 주민들은 교회에 대해 관심을 가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있는 문턱은 없애고, 문은 더 열어서 주민들을 품고 사역하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손바닥만한 구름을 보는 것 같았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는다. 이 땅의 모든 작은 교회들이 한국 교회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다만 거금도 월포교회 강태봉 목사가 한 말을 옮긴다.
 

"목회의 성공이란 무엇입니까?"
 

"예수님이 원하시는 사역, 그분이 하시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다면 지역이나 규모와 상관없이 성공한 목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목사님은 성공한 목회자입니까?"
 

"성공이란 말조차 쓰기 싫다니까요(웃음). 근처 목사님이 한번은 저에게 말씀하시더군요. '강 목사님, 너무 부럽습니다. 나도 목사님처럼 목회하고 싶었는데 그만 이렇게 돼 버렸어요. 이건 진짜예요. 진심이에요.' 그런데 그분은 수백 명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사역하면서 그 지역에서는 가장 성공했다는 소리를 듣고 계시던 분이거든요. 아무튼 그분은 제가 부럽다고 하시네요."
 

저자인 이태형 부장은 어느 목회자와 만난 후 이렇게 고백했다.
 

"교회가 작아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대한 확고한 신념에 단순함과 우직함이 더해진다면…이 땅의 도처에는 알려지지 않은 멋진 작은 교회들이 즐비할 것이다. …우직하게 자기 목회를 펼치는, 영적 내공아 충만한 목회자들이 많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허명을 쫓지 않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그들 덕분에 한국 교회에는 아직도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독자들과 큰 교회 목회자들에 먼저 이 책을 일독(一讀) 한 후에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 보내면 어떨까.  그들을 응원하는 책이기에. (2009. 7. 14. 뉴스파워 / 김철영)

 

저자  이태형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국민일보> 공채 1기로 입사하여 정치부, 경제부, 국제부, 문화부 등을 거쳐 일본특파원을 역임했다.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공부하고(M.DIV) 돌아와 <국민일보> 종교부장과 기독교연구소장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