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님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다.

연수할 때, '그 많던 싱아..'와 '그 산이..'를 읽고 단박에 팬이 되었다.

나이가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모든 것을 그냥 담담하게 기술(記述)할 수 있는 그 기술(技術)에 반했다.

 

책 고르다가 이 기행문집이 나온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가슴이 두근댔었다.

 

그런데, 나는 아직 어린 건가.

뭔가 설렘으로 가득차야 할 것 같은 기행문이 예의 그 담담함인 것을 보자,

타이어에서 공기가 피식 새어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기행문은 여행지에 대해 빵! 터져나갈 거 같은 표현으로 가득차 있어야 한다고 기대했었나보다.

게다가 여행에 관한 보다 실질적인 책이기를 기대했는지, 각각의 묘사에 대한 적절한 사진이 실려 있기를 내내 바랬는데 그러한 사진은 어디에도 없었다.

 

책을 읽기 전 티베트에 가고 싶었던 내 마음은 티베트 기행문을 읽고 나서 사그라들었다.

(물론 어떻게 하다가 연이어 읽게 된 이동진 기자의 시네마 레터의 영향도 크다.)

그렇지만, 대신 이 책을 읽고 나서 섬진강과 네팔이라는 곳에 가보고 싶어졌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나 설렘보다는 작가의 느낌만을 공유하는 것.

그것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좋은 책이 될 듯 싶다.

 

표시한 데는 달랑 두군데네. 완전 주관적.

 

모든 것은 돌고 돈다. 가장 앞서갔다고 생각되는 게 가장 처진 게 될 수도 있다.

 

이방인이 티베트에서 장려한 사원과 수많은 불상을 보는 일은 눈에는 최고의 사치요 충격이었지만 그 이상은 되지 못했다. 마음의 평화나 기쁨은 못 느꼈다. 호화와 사치를 극한 불상과 이 땅의 극빈층하고 저절로 대조가 되니까 불상에서 느끼고 싶은 자비를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