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도서관 소설책들 중 단연 인기 있었던 공지영 책.

고등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인간에 대한 예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동아리 애들끼리 독서토론회도 했었지.

그런데, 공지영 소설. 그냥 책장이 휙휙 넘어가게 재미있으면서도, 요상한 느낌이었다.

그냥 나같은 범생이 고등학생에게도 그 이야기들은 뭔가 '별 거'였다.

이렇게 이쁘장한 여자가 노동자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공장에 취직까지 하고,

소위 말하는 '운동'을 하다가 경찰서에 끌려 갔다니..

표지에 나온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살짝 경외심을 가졌던 것 같기도 하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속 평화시장 모습과 오버랩되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나는 공지영 소설을 안 읽었다.

전태일에 대해서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녀의 글들은 내게 어딘지 모르게 불편했다.

 

그 후로 5년쯤 지나,

'수도원 기행'과 '봉순이 언니'를 읽으면서, 이 작가도 변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책들은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들보다 훨씬 노글노글했다.

그래서 지난 날을 까맣게 잊은 채, 냉큼 집어들었던 '별들의 들판'.

 

낭만적인 제목과 달리 읽는 내내 참 힘들었다.

그녀는 달라지지 않았더라.

소설책 읽는 것 같지 않게, 온 정신을 집중해서 읽었는데,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서 하는 얘기들이 결국은 작가의 생각인 것처럼 느껴져서 아주 오래전 그때처럼 묘한 기분이 되었다.

 

모르겠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박정희가 그렇게 어줍잖은 대통령이었으며,

남과 북의 경계는 별 것 아니며,

송두율은 간첩으로 '몰아세워진' 피해자이며,

광주사태는 민주화를 위한 항쟁이었음에도 독재정권에 의해 묵살된 건지..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한국 현대사에 대해서 모르는 게 참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돌이켜보니, 한국 현대사는 학기가 거의 끝나던 무렵이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거 있지.

뭔가 알게 되면, 내 생각이 바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