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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한국교회 역사와 신학>(이상규, 생명의 양식)은 한국교회의 역사와 인물, 사상 등 한국교회사 전반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취급한다. 이 책은 전 4부로 구성되었다. 제1부는 한국교회 역사를 개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글들로서, 한국교회 대강의 역사를 헤아릴 수 있도록 기술하였고, 특히 제1장 '한국 개신교의 역사와 신앙'은 제목 그대로 한국교회의 역사를 간략하게 요약하여 이 책의 서론으로 삼고 있다.

제1장에서 이 책 전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한마디로 한국교회 역사의 개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2부는 일제하에서 민족과 교회, 교회의 사회운동 등의 문제를 취급한 소품으로서 한국 사회에서의 기독교회의 기여와 연합, 그리고 일제의 종교적 탄압에 대한 저항의 문제를 취급하고 있다. 제3부는 한국교회 형성의 지도적 인물들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그들의 삶의 여정이 함의하는 한국교회사적 의의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제4부에서는 한국교회의 신학, 위경 운동, 타 종교 이해 등의 정체성의 문제와 해방과 통일 운동, 한국교회의 사회적 기여 등 한국 기독교회와 역사 현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역사는 성경 다음으로 중요하며 지혜의 가장 풍요로운 기초이자 가장 확실한 안내자이다"라고 말한 필립 샤프의 말이 와 닿는다. 성경 다음으로 중요한 역사, 성경을 알고 역사를 아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역사에 개입하셔서 역사를 주관하며 역사 속에서 하나님 자신의 일들을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 역사처럼 드라마틱한 것도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일차적 관심은 세계 교회사와 한국교회사를 먼저 알아야 한다. 한국교회사는 한국 근·현대사와 떨어질 수 없는 연결선상에 놓여 있다. 역사, 특히 교회사를 읽음으로써 바른 인식과 안목을 가지고 역사를 거울삼아 앞으로의 역사를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한다.

왜 역사가 중요한가. 역사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역사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어제를 위한 것, 곧 과거에의 탐색 그 자체가 아니라 내일을 위한 전망이다. 우리는 지난 역사에 대한 탐색을 통해 내일의 교회를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날의 한국교회가 교회로서의 본질과 사명에 충실해 왔던가를 성찰해야 하고, 구원의 방주로서의 교회 본래의 사명과 본질에 충실하도록 자기 쇄신의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 역사와 신학>에서 한국교회사의 대략과 한국교회사에 있었던 대부흥 운동, 한국교회의 성장과 성장 요인과 비평, 한국교회 역사에서 간과할 수 없는 개혁주의 신학의 거목들, 박형룡, 박윤선, 주남선, 한상동 목사 등의 삶과 사상과 신학을 다루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일제하에서의 한국교회 실상과 신사참배 미해결로 인한 해방 후의 세포적 교회 분열, 분열 원인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어 한국사를 이해하는 데도 또 하나의 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한국교회사'라고 말할 때 이 말을 '한국에서의 교회의 역사라고 풀어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 속에는 '한국', '교회', '역사'라는 세 가지 개념이 포함되어 있으며 '한국이라는 역사적 삶의 터전, 곧, 언어, 습관, 문화, 역사를 공유하는 민족 공동체 속에서의 교회를 통한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가 이루어지는 역사적 좌표, 이것이 한국교회의 역사'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한국교회는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그 동일한 예수그리스도의 교회가 지역적으로 전파되어 19세기 한국에까지 소개된 것이라는 것이다.

하여, 부르스는 교회사를 '계속된 사도행전의 역사'라고 불렀다. 역사가는 어떤 가치관과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서 자신이 바라보고 생각하는 역사를 기술하게 되어 있는 것 같다. 한국교회를 갱신하는 최선의 길은 '강단의 개혁이며 강단을 쇄신하는 최선의 길은 성경 원전을 해독할 수 있는 언어적, 신학적 능력'이라고 말하는 이상규 교수는 WCC에 관한 의견 피력에 있어서는 다소 찬성하는 쪽에 가깝다.

그는 '다원주의자들을 통해 얻은 유익이라고 한다면, 타 종교와의 대화에 대한 세계교회협의회(wcc)의 꾸준한 노력과 그 결실들로부터도 배울 점이 있다'고 말한다. 즉 종교 간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상호 이해와 협력을 추구하는 것, 종교적 신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종교와의 협력을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도록 힘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종교 다원주의와 진정한 협력이 가능한 것인지 궁금하다. 고린도후서 6:14-16에서 다음과 같이 성경은 전한다.

"너희는 믿지 않는 자와 멍에를 같이 하지 말라. 의와 불법이 어찌 함께하며 빛과 어두움이 어찌 사귀며 그리스도와 벨리알이 어찌 조화되며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가 어찌 상관하며 하나님의 성전과 우상이 어찌 일치가 되리요. 우리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성전이라. 이와 같이 하나님께서 가라사대 내가 저희 가운데 거하며 두루 행하여 나는 저희 하나님이 되고 저희는 나의 백성이 되리라 하셨느니라."

에큐메닉스(Ecumenice : 세계교회운동학)의 아버지 존 메카이는 교회를 세계 선교 공동체로 규정하고, 로마 가톨릭교회와 동방정교회와 프로테스탄트교회가 각각 자기의 죄와 실수를 인정하고 하나의 에큐메니컬 교회를 구성할 것을 재촉했다. 세계 교회들의 통합과 연합 사업을 위한 목적으로 1948년 8월에 네델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조직된 WCC, 하지만 오늘날의 세계교회협의회는 메카이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관용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조금' 열어 준 그 틈바구니로 그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고려신학교의 박윤선 교수도 세계교회협의회가 자유주의 신신학, 신정통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것을 보고 개탄하면서 기독교의 타협주의 태도를 비판했고, 칼빈주의 신학 노선을 따르던 프린스턴신학교가 타협주의 일로를 걷다가 완전히 변질되었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칼빈은 무조건적인 교회의 연합이나 일치를 도모하지 않았다. '진리 안에서의 일치'를 추구했다.

어쨌든 저자 이상규 교수는 서문에서 밝혔듯이 그가 바라본 역사는 "처음에는 단순히 옛 것에 대한 배고픔으로 호고주의에 빠져 있었으나, 초대교회에서 현대 교회, 그리고 한국교회에 이르는 역사의 강줄기를 따라가며 역사의 긴 폭을 헤아리는 안목을 갖게 되었고, 본류는 지류를 형성하고 지류는 다시 본류로 통합되는 역사의 연속성을 보게 되었다"고 적고 있다.

그는 '굽이치는 강줄기가 지류로 흩어지다가 다시 그 지류가 합류하여 대하를 이루는 그 유수의 긴 여정을 보면서 그 어떤 나라의 역사도 역사의 큰 강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서양 교회사를 한국교회사의 눈으로 인식하고, 한국교회사를 서양 교회적 전통으로 헤아리는 원근법적 안목을 갖게 되었고, 한 나라의 교회사의 특수성은 보편성의 한계 안에 있고 보편성은 개별 교회의 특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비교적 시각으로 쓴 역사학자 이상규 교수의 <한국교회 역사와 신학>은 한국교회사를 이해하는 데 또 다른 길이 될 것이다.

이상규 교수는 고신대학교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을 거쳐 호주 빅토리아 주 멜보른에 있는 장로교신학대학에서 교회사를 연구하고, 호주신학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고신대학교 신학과 교수로 교회사의 역사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기독교 세계관으로 본 서편제>, <교회 개혁사>, <교회의 역사>, <의료 선교의 역사>, <교회 개혁과 부흥 운동>, <한상동과 그의 시대> 등 다수가 있다. (2009.11.3.뉴스앤조이/이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