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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변한다‘는 이치말고 변하지 않는 진리는 없다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변한다는 진리 자체가 아니라, 변화의 지향이다. 세상에 시간에 지남에 따라 관료화, 교리화 되지 않는 체제, 시스템, 종교가 있을까? 종교의 관료화는 교리화로 귀결되고, 그 교리화는 철저한 자기혁신에의 노력없음 그리고 지배이데올로기와의 결탁으로 인해 종교 고유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마침내는 생명을 죽이는 형태로 나타난다.

온건한 역사적 예수 연구자인 저자는, ‘예수에 관한 운동’이 아닌 ‘예수의 운동’으로서의 고찰을 통해, 예수는 유대교를 폐기하기 위해, 즉 새로운 종교인 ‘기독교’를 만들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유대교를 완성키 위해 왔다고 역설한다. 즉, 유대교를 갱신-갱신이라는 단어의 의미상 예수운동의 혁명성이 폄하되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하기 위해 왔다는 것이다. 본회퍼가 얘기했듯이, 예수는 기독교라는 새로운 ‘종교’로 우리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얽매임과 옥죄임이 없고 높음과 낮음이 따로 없는 땅의 사람들 히브리노예의 해방의 역사와 전통을 회복하고 완성하기 위한 존재인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구약 전통의 핵심인 희년의 메시지는 그 급진성으로 인해 거의 시행되지 않았다. 예수운동에서 보여지는 ‘인습이라는 에토스에의 도전’은 구약의 전통과 토라를 폐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희년의 정신을 회복하고 갱신하기 위한 것이었다.

오늘 우리는 지배자의 지배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종교로 자리잡은 기독교를 목도한다. 예수운동의 저항성과 반체제성은 거세된 채로. 오늘 한국사회에서 이는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매년 대선이 되면 교회는 대권주자들의 권력의 선전장이 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지 않는가. AD 313년, 로마 콘스탄틴의 기독교공인 이후로 교회는 점점 문화화(지배종교화)하였고, 이렇게 문화화한 종교가 문화와 더불어 갈등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후, 문화화된 지배세력에 맞서 예수를 따르는 것은 저항과 반체제의 길을 의미한다고 가르쳤다면 교회는 오늘날 반문화적인 단체가 되었을 뿐더러, 소수운동이 되었을 것이다. 2000년 지배종교와 더불어 성장한, 그래서 오늘 우리에게 남은 기독교는 저항성이 거세되어 비정치적이고 탈이념적인 교리 내용만 남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화한 유대교를 극복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예수운동처럼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화화된 그래서 지배종교화된 기독교를 극복하고 가난한자의 입장에서 - 20%의 눈으로가 아니라 80%의 눈으로 - 현실을 제대로 보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의 ‘최초 고용 계약제’에 맞서 두 달 넘게 프랑스 전역을 덮은 학생과 노동자의 대규모 투쟁은, 68혁명 이후 최대 시위가 되었고 프랑스 정부에 대한 엄청난 저항을 불러왔다. 드디어 4월 10일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최초 고용 계약’ 조항을 “곤경에 처한 젊은이들의 취업에 유리하게” 대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우파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후퇴시킨 프랑스 학생과 노동자의 승리이며, 민중생존권을 지키고자 분투하는 전세계 반자본운동의 승리이다. (i새길 / 박용환)

저자 마커스 보그 (Marcus J. Borg)
예수에 관해 연구하는 소장학자. 지은 책으로 <처음으로 다시 만난 예수>와 <우리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하느님>이 있다.

역자 김기석
문학적 깊이와 삶의 열정을 겸비한 목회자이자 문학평론가. 시, 문학, 동서고전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진지한 글쓰기와 빼어난 문장력으로 신앙의 새로운 층들을 열어 보이되 화려한 문학적 수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질펀한 삶의 현실에 잇닿아 있다. 그래서 그의 글과 설교에는 ‘한 시대의 온도계’라 할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병든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하나님이 창조한 피조 세계의 표면이 아닌 이면을, 그 너머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여기저기서 번뜩인다. 그 근간은 낮은 자에 대한 극진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생명 존중이다.

감리교신학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청파교회 전도사, 이화여고 교목, 청파교회 부목사를 거쳐 1997년부터 청파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지은책으로 <새로봄>이 있으며, 옮긴책으로 <예수 새로보기>, <예수의 비유 새롭게 듣기>, <자비를 구하는 외침>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