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난 중세 16세기 르네상스 시대로 여행을 떠나보았다.

손에는 울프 홀을 펼쳐나가면서  역사적으로 그 이름이 너무나도

잘 알려진 군주 헨리 8세와 또 하나의 인물 토머스 크롬웰을

이 이야기의 중심으로 삼으며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우선 이 소설의 눈과 귀의 중심에는 바로 토머스 크롬웰이 서 있다.

이 인물을 통해 과연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또 다른 크롬웰은 어떤지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로 올리버 크롬웰이란 인물로 소설과는

다르게 영국에서 유일하게 왕을 쫓아낸 인물이지만 결국 그 자신도

결국 권력의 중심에서 쫓겨나는 운명을 맞이하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 그의 기록에 대한 내용들이 자세히 남아있지 않았다

하기에 과연 소설속의 토머스는 어떻게 이 시대를 우리에게 자세히

펼쳐주게 될지 궁금한 대목이기도 했다.

 

우선 헨리 8세를 한 번 들여다보자면 역사적으로 르네상스 시대 군주로서

절대 왕정통치를 강화하고 종교개혁을 단행한 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절대권력의 힘을 잠시도 놓지 않으며 영국황실의 주인으로서 화려한 생활을

충분히 누렸던 것으로도 우리는 이 시대의 역사를 통해 잘 파악해

볼 수 있다. 이야기속에서도 과연 천하의 바람둥이 왕답게 여섯명의

왕비를 두면서 그 이면에 인간의 잔혹하고 비정한 또 하나의 모습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헨리8세의 첫번째 왕비인 캐서린 왕비의 운명도 순탄치 못한 온갖 핍박과

고난이 가득한 삶을 걸어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껏 총애를 받으면서도 권력을 차지하려는 여인네들의 암투와 음모속에서

결국 아들을 사산하고 치욕적 폐위를 당한 비참한 삶을 맞이하고

만 것이었다. 바로 여기에 이를 주도한 또 하나의 인물이 바로 앤 불린이었다.

헨리 8세를 두고 캐서린 왕비와의 힘 겨루기에서 결국 이를 물리치고

왕비에 오른 여인이지만 그녀 역시도 좋지 못한 영국여론과

헨리 8세의 외면, 자신조차도 아들을 낳지 못하고 근친상간과 간통죄로

참수되는 가혹한 운명의 최후를 비켜나가지 못한다.

물론 그녀의 딸인 엘리자베스 1세와 메리 1세는 영국 여왕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기는 하다.

 

다시 이야기의 중심인물인  토머스의 눈으로 돌아가보자.

토머스 크롬웰은 앞서 언급했지만 이 소설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데

그 시작은 분명 평온하지 못했던거 같다. 미천한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서 매정한 아버지에게 죽을 정도로 가혹한 매질을 당하는 나날의

어린 시절의 연속은 결국 그 자신 스스로 새로운 운명을 맞이해야겠다는

결심을 서게 만들어 준다.

결국 집을 나서게 된 이 후의 시간이 어느 덧 장면이 바뀌어 영국 추기경의

수하인 변호사로서 활약을 펼치게 되는 인물로 당시 그 권력의 밑배경을

바탕으로 승승장구 할 수 있도록 영국 왕실과의 끊이 닿게되면서

출세가도의 새로운 길로 접어들게 된다.

 

한편 가톨릭이 국교였던 영국에서 추기경의 권력은 과히 국왕도 부럽지 않을

대단한 영향력을 미치는 중심의 자리였다.

결국 헨리 8세는 자신의 뜻을 관철하고 이를 방해하고 가로막는 자들의

파멸을 이끌어내는 걸 보면서 자신의 권력에 금이가지 않도록 더욱

견고하게 절대적 입지를 지켜나가는 모습을 재확인할 수 있게 된다. 

추기경도 결국 헨리 8세의 견제를 받으며 미움을

받게 되면서 그 권력의 자리에서 추방되게 되고 초라한 생활로 떨어지게 된다.

언제라도 안심할 수 없도록 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눈에 보이지 않는

덫과 인간의 기만으로 가득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당연히 누리고 지켜왔던 그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암튼 추기경의 몰락 이 후에도 크롬웰은 자신의 위치를 잃지 않고

더욱 힘의 건재를 과시하면서 이를 기회로 삼아 왕의 총애를 얻는 인물로

새롭게 부상하고 이야기로 시선도 새롭게 바껴나간다.

헨리 8세의 입맛에 맞게 그의 욕망에 따라 권력의 비위를 잘 맞춰나가면서

자신도 한걸음씩 정치권력의 중심에 올라서게 되고 더욱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로 접근하게 되는데...마침내 정치 권력의 최정상에 올라서게 될 때

그가 열고자 했던 새로운 권력의 길과 장은 무엇이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된다.

자신의 인생과 권력이 최정점에 올라서게 된 이후 숨가쁘게 걸어온 인생에

잠시 휴식을 안겨주기 위해 "울프 홀"로 떠나는 계획을 세우며 이야기는

마치게 된다.

이야기의 끝이 오나전히 맺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그의 운명의

갈림길이 또 어떤 것으로 흐르게될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영원할 수 없는 권력의 마지막 종착점은 어디가 될 것인지 그 여운이 남게 된다.

 

전체적으로 소설의 내용은 생각보다 긴장감도 적절히 넘치고 장면마다

섬세한 작가의 터치가 느껴지는 필체를 느껴볼 수 있다.

물론 튜터 왕조 시대의 정치 배경속 뒷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의

흐름을 끊지 않고 잘 이어가나기 위해서는 당시 영국 왕족의 복잡한 계보를

잘 알고 있어야 이야기의 참 맛을 더욱 재밌게 파고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고 싶어진다.

소설적인 측면보다는 역사적 배경과 사실적인 요소들이 더 많이 첨가되어

이야기 중심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기에 더 그런 생각을

품게 되는거 같다.

 

아무튼 이 소설의 중심에는 결국 우리 인간이 서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치열하고 멈추지 않는 치열한 권력싸움에는 불신과 서로에 대한

경계와 음모, 누군가는 그 밀려야하고 댓가를 치루어야 하는 희생,

인간의 내면속에 감춰진 비열함과 잔악성이 여실히 우리 앞에 고개를

들어내고 있다. 복잡한 인물관계를 따지느라 시간이 더디기도하고 머릿속이

더 혼란스럽기도 한 점도 없지 않았지만 그런 관계속에서 인물들의

개성을 저마다의 모습으로 잘 살려낸 점은 칭찬해주고 싶다.

 

현대에 와서도 권력이란 힘은 결코 한 번 손안에 쥐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쉽게 뿌리칠 수가 없다. 크롬웰이 뛰어들은 그 긴 여정의 시간속

마지막에서 과연 무엇을 발견하고 되돌아보게 되었을까?

정상의 자리에 올라서 영광을 누린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한 번  

그 자리 올라선다면 역시 쉽게 단념하고 그만 내려올 수 없을 거 같다.

한 없이 더 그보다 많은 것을 원하고 그를 향항 치열한 삶을 걸어갈테니까.

 

토머스 크롬웰을 통해 난 이 시대의 이면적 역사와 시간의 모든 것을

다시 만나볼 수 있었던 그 시작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으니

이 끝나지 않은 시간의 다음 이야기는 또 어떤 새로운 세계로 다시 나를

이끌어주게 될지 그 기대에 다시 풍덩 빠져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