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세컨즈, 찰나의 짧은 시간이 깊고 어두은 터널의 암흑속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 속에서 철저하게 잔혹한 범죄자의 짙은 그늘속에 숨쉬고있는 한 남자 피에트 호프만의 삶을 먼저

만나게 되었고 그의 이면속의 또 다른 얼굴과 마주치게되면서 왠지 결코 그가 쉽게 벗어던질 수 없는

삶의 고통과 무거운 발자국이 느껴졌다.

범죄와 경찰의 세계에 동시에 발을 내딛으면서 그는 각자 다른 신분의 삶과 임무를 아주 훌륭하고

수행해내고 있었다. 빈틈이 없어야 하는 포커페이스, 날카로운 판단력과 냉철함과 기민한 능력을

잘 갖추고 있었기에 이 힘의 균형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

목숨을 내놓을 수 있을만큼의 위험한 마약범죄의 난간 위에서 결국 그는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었고

이를 조용히 어둠속에 덮으려하지만 이를 집요하게 쫓고 파헤치려는 또 한 남자 에베트 그렌스가

등장하면서 서서히 본격적인 이야기의 궤도에 올라서게된다.

그렌스라는 남자, 전형적으로 포기를 모르고 절대 지칠 줄 모르는 뚝심이 느껴지는 중년 형사의 모습을

그대로 갖춘 인물이었지만 그 이면속에서는 결코 꺼내고 싶지 않은 분노와 슬픔으로 얼룩진 과거의 상처가

아직 깊숙이 자리하면서 그의 머리속을 계속 멤돌고 있었다. 자신이 쫓는 범죄를 소통하고 이야기의 끝에

다시 서있을 그렌스 형사의 또 다른 내면의 모습에 어떤 변화가 찾아들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이쯤에서 그럼 이 소설의 매력은 무엇일까? 바로 소설속에 중심적으로 등장하는 마약과 경찰조직, 범죄현장의

모습들이 아주 사실감있고 세밀하게 잘 묘사되고 있다는 부분이 하나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점점 치열하고 긴장감이 고조되는 극 속 분위기에 더 빠져들게 되었고 그런 몰입감이 이 소설을

끝까지 펼쳐나가며 즐기게 해주는 희열과 여운을 이어주는게 아닐런지..

한편으로 작품 자체 짜임새가 빈틈을 남겨두는 공간이 거의 없다보니 타이트한 작품 분위기에 지치거나 부담을

느낄 수도 있겠구나 생각도 들었다. 등장 인물들간의 심리 묘사나 매력, 소설의 리얼리티를 살리는데 있어

그 강약 조절을 좀 잘 살렸으면 더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지 않았을까?

초중반에서 더디었던 발걸음을 뒤로하고 작품의 중후반부터 마지막까지 탄탄한 긴장감속에 숨가쁘게 달려왔지만

결말의 마무리에선 좀처럼 정리되지않은 허전한 빈자리가 아쉽게 느껴진다.

그래도 참으로 냉혹한 세계에서 철저하게 이용하고 버리는데 망설임이 없는 이중적인 조직의 얼굴을

허구와 진실의 퍼즐로 훌륭하게 잘 맞춰내주었다. 무엇이 부패하고 무엇이 정의로운 것이고 그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는가?를 꼬집고 의문의 눈초리로 바라보아야하는 현실세계의 모습들, 그리고 이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한 남자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 사회의 정의가 실종된 이면의 치부가

얼마나 괴리된 불법의 온상으로 엮여있는것인지 깨달았을때 먼가 마음속의 답답함을 통쾌하게 해소시켜줄

그 무엇인가가 간절히 떠오를 것이다. 그리 낯설지 않은, 숱하게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도 자주 마주쳤으니 말이다.

여담이지만 대한민국이 아닌 복지국가의 낙원이라 불리우는 스웨덴에서 한 번 살고싶었던 생각이 있었다면

이 소설을 읽고 먼가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만큼 겉과 속은 알 수 없는 우리가 바라보지 못했던

단면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니까. 작품이 영화화된다면 북유럽 스웨덴 어둠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