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녀들을 위함이 아닌, 그들을 위한 책이다.

그녀들이 회사에서 인정받는 이유를 말하고 있지만, 앞부분 세개의 챕터는 그들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 많은 것 같다. 싫은 사람과 별 탈없이 지내는 방법이랄지, 상사들과 일하면서 벌어지는 일들, 직장 생활에서 필요한 꼼수등은 꼭 구분을 하지 않더라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참고할만 한 내용이다. 단지 여성들에게 예시를 적용시켰기에 이해 안가는 부분은 조금 있을지라도 조직생활에서 참고하여 적용할만한 내용이 많다. 사람사이의 관계야 남녀에 상관없이 비슷한 부분이 많지 않겠는가. 특히 '사내정치'를 잘하면 자신이 가진 역량 이상의 결과를 창출할 수 있는 요즘인지라 더욱 그렇다.

'정말 이런가'하는 생각에 조금 불편했다.

불편한 진실들이 너무 많다. 아니 진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내가 속해있던 조직은 안그랬는데 다른 조직은 정말 이런가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아니면 나의 조직도 이랬는데 순진하게도 난 알아차리지 못하고 엉뚱하게 삽질만 한건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아닌 어디 다른나라-미국이 이럴려나?-의 번역서를 읽는 기분도 들었다. 문체도 그렇고, 예를 든 내용들이 우리문화와 조금 안 맞는 부분도 있는 듯한 느낌이 그런 기분을 들게 했다. 내가 배우고 실천한 건 '우린 함께 가는, 공생공사의 공동체이다.'라는 내용이 주였는데, 이 책에서는 위 아래 할것없이 모두가 경쟁자이고 모두가 기회만 생기면 나를 밟고 올라서려는 사람들 투성이다. 누구에게도 진심을 털어놓지 못하고 불평불만을 제기하기도 힘들고 눈치보며 적당히 아부도 하는 사람들만 가득한 곳에서 숨막혀서 어찌 지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회사가 이렇게 돌아간다면 난 14년의 조직생활을 도대체 뭘로 한거지? 쓰나미처럼 밀려와 토네이도처럼 휩쓸고 있는 이 자괴감을 어찌할꼬....ㅠㅠ

'여자라서 이렇다'라고 단정짓기는 슬프지 않은가.

내가 남자라서 이해못하고 함께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 이럴수도 있지'라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얼마 안되고, '에이 설마 이정도까지'라는 생각이 더 들었다. 특히 여성과 여성의 관계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단락의 말미에 가끔 던져지는 TIP은 절로 도리질을 칠 정도의 내용도 있다. 이렇게 슬프게 직장생활을 해야되나? 아니면 저자가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며 글을 쓴건가? 왜 '여자니까 이래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는걸까. 지레 겁먹고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있는건 아닐까? 나만 멍청하게 착한줄 알고 있었던거야? 등등....온갖 상념들이 꼬리에 물고 계속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여성직장인을 게다가 아이까지 있는 워킹맘을 정말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육아와 가사일에 결코 자유롭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을 보면 진실로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조금 더 챙겨주고 배려해주려고 노력했었는데, 이런 생각과 행동마저도 편견의 일종이었던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임신하고 출산, 육아에 있어 다소 틀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긴 하지만...그래도 웬지 씁쓸했다.

각박한 조직에 거부감이 이는 난 아직 멀었나보다.

조직을 떠난지 이제 1년여가 되어간다. 물론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한발은 담그고-어쩌면 몸반정도 까지도 담그고 있는- 있는 형편이지만, 홀로서기가 결코 쉽지는 않지만 나의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 그리고 다시 예전 조직으로 완전히 돌아가고픈 생각도 전.혀. 들지 않는다. 책을 읽는 내내 '왜 이렇게 각박한걸까'라는 의문을 갖고 있던 난 여전히 조직생활을 하기는 멀었나보다. 예전 생활을 가만히 돌이켜보면 분명 잘하고 못한것이 명확하게 보이긴 한다. 특히 '사내정치'라는 말을 생각할때마다 나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순진함에 쓴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도......... 난 지금 하루에 수십번의 행복을 느낀다.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난 그런 인정이 아닌 행복을 즐기며 살란다. 연약한 조직을 강하게 하며, 힘없는 조직의 힘을 키우며, 불안한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한 고민을 즐기며 그렇게....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