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예전에 의사라는 직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픈 사람들, 특히 죽음과 맞닿아 있는 사람들을 마주하고

각종 바이러스에 맞서 싸워야 하는 그 직업이 뭐가 그리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에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선 나와는 다른 세상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의사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의학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보면서

의사의 세계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그런 마음으로 여러 책들을 둘러보던 중 의사 초년생의 순간순간을 기록한 에세이인

<의사가 되려고요>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 글의 지은이는 김민규씨로 현직 이비인후과 전공의라고 한다.

13살부터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13년 만에 꿈을 이뤄 2019년에 인턴이 되었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인턴 시절 이야기를 글로 남겨서 의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조금 더 실질적인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녹록치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독자들이 힘을 얻을 수 있길 바랬다고 한다.

표지에도 있지만, 이 지은이가 의사가 되고자 했던 것은 아버지의 이 말씀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들의 터진 입술을 꿰매 주며 하신 말씀이다.

"이게 우리 인생과 똑같단다. 상처를 입고, 그것을 치료하고 난 다음엔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을 생각하는 것.

내가 하는 일이 우리 삶과 같다고 느낀단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참 훌륭한 아버지를 두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우리 삶을 참 정확하게 표현했다는 생각도...

 

 아무튼 이 책은 아주 현장감 있는 느낌이다.

우리가 드라마로 만났던 의사보다 조금 더 실감난다고 해야 할까?

특히 cpr환자를 대하는 모습을 묘사해 놓은 부분에서 드라마는 실제 현실을 절대 담을 수 없다는

말을 보면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은 정말 고귀하면서도 힘든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특히 의사를 하면서 환자들이 병을 고치고 기분 좋게 나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이 있겠지만

또 한 편으론 생명이 사라져서 고인의 모습으로 나가는 것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안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환자들 앞에서 무언가 커다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같이 그 상황에 빠져들기 보다는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의사는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인턴으로서 자신의 잘못된 판단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 할 수도 있다는 책임감도 정말 무섭게 다가오겠다 싶었다.

그럼에도 이 책 속의 의사는 참으로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다.

눈물 흘릴 줄 아는 의사의 모습이 너무나 인간적이었고

환자의 모습 속에서 엄마를 떠올릴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의사였기에

이런 의사들이 많다면 병원도 참 따뜻하겠다 싶었다.

읽는 내내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의사가 만만치 않은 직업이지만

또 한 편으론 참 보람있는 직업이겠구나 싶어서 다시 태어난다면 나도 이런 의사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만든 책.

사회초년생 의사의 실감나는 에세이.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으면 한 번쯤 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