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차분해지는 책 하나를 만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잃고 울부짖는 첫 대목은 충격적이었지만 아픔을 딛고 아들과 한 약속을 지키는 심정으로 극복의 삶을 일구는 저자의 모습에 마냥 빠져들었던 시간이었다. 유난히 책을 좋아했던 아들에게 다른 건 몰라도 책은 얼마든지 읽게 해 주겠노라 약속한 기억이 생생한데 불의의 사고로 먼저 하늘나라에 보낸 아비의 마음에 함께 애통하는 심정이었다. 아들과의 이별에 이어 아내와도 결별한 후 슬픔과 분노로 방황하며 억지 세월을 살아가다가 우연히 교회를 개척한 후배를 만나며 방황의 삶을 추스른다. 남몰래 후배 교회 화장실 청소를 하며 보이지 않는 손길로 봉사를 결단하는 그가 참 대단해 보였다. 사람은 뭔가 좋은 일을 하면 은근슬쩍 드러내기를 원하는 것이 본능인데 화장실 청소도 책을 나누는 일도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할 사람들, 책을 받아 읽을 사람들의 기쁨을 생각하며 묵묵히 이루어 간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친구들과 술을 마셔도 마지막까지 정리해주고 직장에서도 궂은일이라면 앞장서서 일을 처리하여 오죽하면 별명이 ‘걸레’ ‘염장이’라니...작가의 됨됨이가 보였다.

아내의 교회생활을 이해하지 못하고 보이는 대로 성경책을 찢어버리고 목사님 얼굴을 주먹으로 치던 저자가 지금 하는 일은 목사다. 교회 성장에만 열심을 다하는 여느 교회와는 달리 김수연 목사님은 양적인 교회 부흥에 관심이 없다. 함께 모여 예배하고 성도들과 밥 한 끼 나누며 책과 삶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할 뿐이다. 책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달려가 나누기 원하고 책을 통해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사람이 늘어나길 원하는 저자의 책을 향한 한길 인생이 아름다워 보인다. 저자가 왜 교회 이름을 <한길교회>로 지었는지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강원도 산골에서 보내는 생활도 참 멋지다. 동네 외로운 어르신들 찾아다니며 막걸리도 나누고 뽕짝도 불러드리고 자연과 어우러져 평안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마냥 부럽다. 산나물 뜯으러 할머니를 따라 나서고 개울에 앉아 물과 이야기도 나누고 잡초를 뽑다가도 인생을 돌아보고 눈이 쌓이고 얼음이 얼면 산속의 동물들 걱정에 마음이 저미는 저자의 시골생활 깨끗한 마음에 감동이 되었다. 나의 친정 부모님도 노후에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싶어 어디 좋은 땅 없나 시골 땅을 보러 다니시는데 빨리 어디든 결정하시어 나도 덤으로 자연의 오묘함 속에 빠져보고 싶다.

책을 읽는 동안 꼬불꼬불 산촌마을이라도, 뱃길로 두 세 시간 낙도라도 함께 따라다니며 책 나누기 운동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지는 기분이었다. <지금 당신 주변을 돌아보라. 어려움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당장 한 권의 책을 선물하길 권한다. 그리고 지켜보자.> 저자의 조언을 당장 실천해봐야겠다.